"오육회"는 부산고교를 7회(54년 졸업)로 졸업한 동기들 가운데 평소
가까이 지내던 14명에 의해 24년전 결성되었으나,그간 친구를 둘씩이나
세상을 떠나보내 지금은 회원수가 12명이 되었다.

13년전쯤부터는 부부가 함께 모이는 동반모임으로 발전하여 2개월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오늘날 도회지의 사람들은 각기 잦은 모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만 자신들을 드러내어 푸근히 털어놓고 이야기할수 있는 기회란
좀처럼 만들기 어렵다.

평소 주위를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늘어만 가고,어딘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껏
풀어버릴수 있는 해소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바로 이 모임이 잡다한
공해에 찌든 심신을 짧은 시간에 소진시켜 재충전 해주는
요람이기도 하다.

회원 구성은 구수하고도 입담 좋기로 이름난 오육회의 명물 김용근회원
(한전에 봉직하다 정년퇴직)과 그의 구수한 입담이 좋아 결코 모임에 빠질
수 없다는 금년도 부산광역시 자연과학부문 문화상을 수상한 김정균회원
(전부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부부의 이름자를 따서 철연심장 후원회를
만들고 불우한 1백90여명의 심장판막증 환자를 무료 수술해 옴으로써
적십자 박애장등을 수상한 김종철회원(길메리소아병원장),박홍기회원
(경원고교 교장),김영규회원(김영규법무사),김홍낙회원(북부산경찰서
경무과장),박성득회원(박성득 치과의원),박규일회원(부산 영도구의회
의원),이승관회원(서안건설 대표이사),장경용회원(평화목재 이사),
정덕환회원(전매공사 부산진지점 차장)등 각 분야에서 제몫을 했거나
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는 나이 60줄에 들어섰지만 이 모임은 우리 회원들이 여지없이
그 옛날 까까머리에 검정교복을 입었던 시절로 돌아가 애정이 어리고
욕설섞인 투박하고도 맛깔스러운 경상도사투리의 정담을 주고 받을수
있는 우리 세대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사랑방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임이 있기까지 지난 24년간 사소한 어려움들도 없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내자들의 슬기와 지원이 있었기에 더욱 굳건한 우정과 결속을
다져올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