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본사에서 지방지점으로 내려가는 수직적 경영구조를 타파하라''

''지역개발 사업에 적극 뛰어 들어라''

''생산시설의 지역별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라''

지방자치시대라는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기업을이 선보인 경영전략인
''지역밀착경영''을 여러각도에서 풀이한 것이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그룹들은 지난 6월 27일부터 시작된 지자제
이후 ''지역밀착경영''을 경영화두로 본격적인 지방화경영을 펼치고 있다.

특히 ''글로벌화''와 함께 ''지역밀착경영''이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필수
조건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지방경영전략을 잇따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기업들은 지역밀착경영을 위해 먼저 경영조직을 뜯어 고쳤다.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할수 있도록 기업조직을 재편한
것이다.

실례로 삼성그룹은 경기 중부 경북 호남 부산 영남등 6개권역으로 나누어
지역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거같은 "긴급상황"에서는 그룹비서실장이 인사권을 행사해 상근 지역장
을 임명하고 평상시는 비상근으로 운영되는 탄력적인 조직이다.

LG그룹은 전국을 10개지역으로 나누어 지역본부를 설치하고 이사급이상으로
본부장을 선임하는등 인사 조직상의 일대 변혁을 꾀했다.

대우그룹은 계열사별로 지역본부제를 도입했다.

쌍용그룹은 7개의 지역협의회를 구성했고 포항제철도 사업기반이 있는
포항에 "지역협력위"를 발족시켰다.

기업들은 지방경영을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하드웨어 구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과거 본사에 있었던 권한을 지방조직으로 대거 이양하는등
기업의 운영체제(소프트웨어)도 뜯어 고쳤다.

지역사업부제를 도입한 것(한화종합화학)이나 지방조직의 독립채산제를
실시(효성그룹)한 것과 제품의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수립(선경그룹)한
것등은 외형상의 변화보다는 실질을 중시한 지역밀착경영으로 볼수 있다.

지역밀착경영을 위해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하는 기업도 있다.

한라그룹은 계열사의 본사를 지방으로 가능한 한 빨리 이전하기위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짜고있다.

금호그룹은 주력사인 (주)금호의 본사를 아예 광주로 옮겼다.

이같은 조직의 변화는 자금 인사 무역 기획관리등을 서울에서 처리하는
중앙집중식 경영시스템을 통해 발전해온 국내 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이같은 조직개편과 본사권한이양등으로 기업들의 투자전략도 "지역밀착형"
으로 급선회했다.

생산시설의 지역별 분산을 모토로 지역별로 편중된 생산설비기반을 전국적
으로 고루 안배하는 방향으로 지방투자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그룹은 전남 여천군 율촌 일대에 1,000만평을 조성해 "제2의 울산"
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현대는 이 곳을 중화학단지로 삼아 자동차 정공 미포조선 강관등 4개
계열사와 230개 협력업체를 입주시킬 방침이다.

오는 2001년까지 추진될 이 율촌의 현대공단건설에는 무려 6조8,000억원이
투자될 것이라는게 현대측의 추산이다.

현대는 또 성우종합개발을 통해 강원도 횡성에 콘도등이 들어서는 100만평
규모의 대형 복합레저타운을 짓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울산지역에 계열 제조업체의 생산기반이 집중돼 있었는데
지방자치제에 대응해 탈울산을 "선언", 지방투자의 핸들을 돌린 것을 특징
으로 지적할수 있다.

전북완주와 충남인주에 승용차및 상용차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탈울산이라는 맥락에서 풀이가 가능하다.

삼성그룹도 생산설비기반의 지역별 포트폴리오 재구축자원에서 모두
10조8,000억원을 들여 호남과 경북권에 업종별 특화단지를 구축하는
야심만만한 지역밀착투자를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남 광주지역을 전자특화단지, 군산 장항지역을 중공업특화
단지, 여천지역을 신소재 특화단지, 대구지역을 상용차 전문단지, 구미지역
을 첨단 정보전자단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삼성은 부산에 세우고 있는 승용차공장과 관련해 현지밀착
경영을 강조하기위해 내년초까지 삼성승용차의 본사를 완전히 부산으로
이전시킬 예정이다.

LG그룹은 제조업기반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호남과 중부지역에
집중투자한다는 기본 구상아래 세부적인 전략을 짜고 있다.

이에따라 호남권의 경우 여천단지에 내년까지 모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신소재사업공장을 확충한다는게 첫번째 과제이다.

LG는 4,000억원이 들어가는 PVC의 원료공장 건설에 이미 착수했다.

장기적으로 호남권에 대한 LG투자는 총5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밝히고있다.

충청권에대한 LG의 투자는 전자를 중심으로 2000년까지 모두 6조8,000억원
이 투자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혀있다.

대우그룹은 군산 장항지구에 109만평을 매립해 세운 상용차공장가동에
조만간 들어갈 예정이다.

또 아산과 인천 부산수영만등지에 대규모 레저단지를 세운다는 계획을
확정하고 공사에 들어갔거나 타당성조사를 마친 상태이다.

쌍용그룹은 주력인 양회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생산과 유통및 연구시설의
지역분산을 위해 지방경영 조직인 7개 지역협의회를 가동시켰으며 포항제철
은 아산과 마산에 오는97년까지 유통단지를 건설키위해 설계도를 완전히
그려 놓은 상태이다.

대기업들의 지역밀착경영은 지역본사제 도입같은 조직개편과 설비투자의
지역별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멈추지 않는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100일정도 밖에 안됐지만 "차원 높은" 지역밀착경영
이라고 할수 있는 기업의 이미지 관리에도 발벗고 나설 정도로 지방화경영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업들이 지역봉사와 문화사업지원등의 형태로 지역밀착경영의 "밀착강도"
를 한층 더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룹차원에서 아예 사회봉사단을 운영하는 삼성그룹은 서울은 물론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부산등지에 탁아소를 건립한뒤 사회.종교단체와 교육기관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부산의 아시안게임 유치를 지원했고 목포에 삼성의료원 분원건립을 추진
하고 있는 것도 삼성의 지방화경영이 얼마나 철저하게 지역밀착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이다.

현대그룹이 조선 자동차등 주력 생산설비가 몰려있는 울산에 종합레저타운
을 건설키로 한 것도 지방화경영의 차원을 한단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부산에 사이언스홀을 개관했고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충북대등
지방대학에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선경그룹은 수원에 도서관을 기증하는 한편 지역문화제행사를 지원했으며
울산지역의 환경캠페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