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덕목이다".

지난 33년동안 국내 화장품업계를 이끌며 미의 문화를 창조해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국화장품의 기업이념이다.

화장품업체가 여성적인 기업문화를 갖고있다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한국화장품의 노사관계는 파란으로 점철돼 왔다.

노조가 없을 당시 경영진은 손쉽게 회사관리를 했다.

해마다 임금협상 절차없이 인상액은 일방적으로 결정됐다.

복리후생시책도 시혜차원에서 마련됐다.

지난 79년 노조설립이후 상황은 경여진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인격적인 대우를 포함한 조합원들의 욕구가 봇물 터지듯 분출되면서
경영진은 비싼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이 회사 노사관계는 지난 84년부터 노사관계는 급격히 악화되기기
시작했다.

84년부터 3년동안 연속적으로 대규모 파업이 벌어졌다.

부천공장을 비롯한 모든 생산시설의 가동이 중단됐다.

회사측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구사대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곳도 한국화장품이 처음이었다.

노사간 쟁점은 임금의 대폭인상을 비롯 야근시간단축과 일요휴가실시등
단순한 것들이었지만 노사관계는 꼬여만갔다.

지난 88년 부천공장 본조와 10개지부가 단일노조를 만든뒤 68일간의 긴
파업에 들어갔다.

회장과 계열사 사장집들을 근로자들이 점거하고 공장과 사무실 집기가
부서졌다.

급기야 회장이 사퇴서를 노조에 제출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생산성을 떠받쳤던 야간근무가 사라지고 모든 업무규정이 무의미하게
되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파국의 영향으로 결국 84년도에 16%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이
9%대로 떨어졌다.

90년부터 93년까지 4년간 또다시 파업행진을 계속해 앙금은 깊어만갔다.

임금협상을 60-70차례까지 거듭해도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으로
돌입하기 일쑤였다.

이 회사 노사는 이같은 깊은 상처를 입은끝에 관계회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문춘화노조위원장은 "지리한 파업이 계속되던 90년부터 이대로는 공멸
한다는 인식이 노사간에 확산되면서 합리적인 관계정립을 모색하기 시작
했다"고 설명한다.

노사간 쟁점이 어느정도 해소된데다 집안싸움으로 시장을 계속 뺏기다간
노사존립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에서 공생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근로자가 희생당하고 중역진들이 회사를 떠난 값진 경험의 뒤끝
이었다.

한국화장품 노사관계는 지난 94년을 기점으로 대전환 국면을 맞는다했다.

그해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고 화합의 발판을 마련했다.

협상의 양상도 확연하게 변모했다.

올해에도 12차례 만에 협상을 타결했다.

번번이 협상안을 내놓지 않았던 회사측이 인상안을 노조측에 먼저 제시
했다.

노조요구안과 회사측 안이 현실적으로 변해 노조는 14.4%의 인상안을
내놓았고 회사측은 7.9%를 제시해 결국 12,9%선에서 타결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 회사노사는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의 길로 가기위해 우선
금기시 해온 대화의 장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노사양측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가 있을때 마다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지금은 노조위원장과 조합간부들이 스스럼없이 부천공장 대표실에 들러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달엔 김두환대표의 제의로 두달에 한번씩 사장과 노조간부들이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지난달 첫만남에서 부터 노조의 건의사항이 쏟아졌다.

회사중역들도 대화통로 역활을 충실히 해내기 시작했다.

지난 89년부터 임원진으로 부천공장에서 생활하면서 격동의 현장을 체험
했던 김대표는 "싸우면서 정이든게 한국화장품의 노사관계"라며 "앞으로
복지와 임금부문등에서 노사는 공통의 이해관계아래 같은 길을 걸어 갈것"
이라고 강조한다.

잃었던 시장을 되찾기 위한 노조측의 회사살리기 운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문위원장은 올초 한달동안 조합간부들과 부산 대구 광주등 전국 지부를
순회하며 노조주관의 판매촉진 운동을 펼쳤다.

정기적으로 회사의 주력제품을 판매대상으로 정해 노조가 직접 전사원을
대상으로한 판매캠페인 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회사측도 노조의 활동에 부응해 지난 8월 10일부터 10월초까지 조합
간부들과 회사대표가 숙식을 같이하며 전국순회 판매촉진운동을 벌였다.

그결과 지난 1달동안 립스틱 주력제품인 "아이스 아이스앤 스모키브론즈"
가 1백만개가 판매되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초부터는 사라졌던 야근이 되살아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장판매사원들도 립스틱 한개를 더팔기 위해 밤11시까지의 근무도 마다
하지 않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지난해부터 "21세기 비전운동"을 펼치고 있다.

고객만족 인간존중 미래창조 경영으로 21세기형 기업으로 변신하자는 이
운동은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부천=김희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