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중심지 현둑강가 1번지. 이곳에 최근 3~4개월사이에 일식집이
6개나 문을 열었다.

호치민전체로는 올들어서만 모두 14개의 일식집이 개업한 셈이다.

올초의 4개에 비하면 4배이상 늘어났는데도 오전 11시이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지못할 정도로 일본인들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상황은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92년 미국기업 사무소 개설이 허가된 이후 작년 1월까지 34개에
불과했던 사무소가 지난 8월말현재 1백15개로 급증했다.

이제는 미국진출기업협의회까지 발족,하노이에 92개 업체,호치민에
1백30개 업체(일부중복)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베트남에 일본과 미국이 몰려오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베트남진출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늦었지만 이들의 활발한 진출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중 일본의 대베트남투자는 폭발적이다.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일본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규모는 38건 8억1백10만
달러로 매년 선두를 고수하던 홍콩 대만 싱가포르를 제치고 올해 최대
투자국으로 급부상했다.

이는 지난 89년 처음 베트남투자를 시작한 이후 작년말까지의 70건
7억8천3백60만달러를 일거에 넘어선 수치이다.

주요사업으로 미쓰비시의 3억4천7백만달러규모 니손시멘트공장 건설
계획을 비롯 노무라그룹의 1억2천만달러규모 하이퐁공단조성사업,
일본유리의 1억1천8백만달러 건축용 유리공장 건설사업등이 망라돼있다.

또 제과 운송 광학 봉제등에 이르기까지 투자업종이 다변화되고 있다.

또 무라야마총리가 작년 8월 베트남을 방문한데이어 경단연사절단등
경제사절단이 올들어서만 3차례나 베트남을 방문해 도 무오이공산당서기장,
보 반 키에트총리등을 만나 일본의 베트남투자방안에 대해 협의했으며
10~11월중 대대적인 문화교류를 계획하고 있다.

호치민대한무역공사 박찬신관장은 "일본은 기업의 투자및 차관규모(92년
4억달러,93년 5억달러,94년 6억달러)를 확대함으로써 베트남의 일본경제
의존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제조업에 있어 한국기업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의 베트남을 찾는 발길도 분주하다.

특히 양국간 고위관리들의 왕래가 크게 늘었다.

우선 지난 75년 정전이후 전직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6일부터 4일간 하노이를 방문해 레 둑 안대통령,보 반
키에트총리등 고위관리들을 만나 양국간 현안을 논의했다.

이에앞서 워런 크리스토퍼외무장관이 지난 8월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상무부대표단은 10월중 베트남을 방문,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최혜국대우
(MFN)를 비롯한 경제 교역문제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뉴옌 민 캠 베트남외무장관을 단장으로,무역부 재무부관계자로
구성된 베트남대표단도 워싱턴에서 개최될 "관계정상화,미.베 다음
단계" 회의에 참석차 10월5일부터 6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키로
돼있다.

이같이 양국의 협력관계를 위한 빈번한 교류에 비례,교역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이전에 약 3백만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1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 미국기업들의 베트남투자규모도 엠바고해제 이후 크게 늘어났는데
미국기업들의 투자액을 연도별로 보면 <>88년 30만달러<>90년 60만달러
<>92년 2백40만달러<>93년 20만달러의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작년 엠바고해제와 함께 2억1천9백80만달러로 급증한데 이어
올해엔 상반기에만 2억9천5백79만달러를 투입,작년 전체실적을 넘어
국가별 대베트남 투자순위에서 일약 6위(종전 13위)로 뛰어올랐다.

미국기업들의 활동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코카콜라는 펩시콜라와 숙명의 일전을 벌이고 있으며 크라이슬러도
호치민 하노이에 판매점및 딜러망을 확보하고 공장설립을 추진하는등
시장공략에 나섰다.

또 에릭슨USA,노던텔레컴등 7개 통신업체로 구성된 USA텔레컴 컨소시엄은
최근 베트남정부에 2억달러를 들여 무선통신망을 설치하겠다는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이에앞서 엠바고해제와 함께 모빌사는 작년 3월 5천5백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탄롱유전을 개발해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콕&실사는 4천1백만달러를
들여 알루미늄캔 생산을 시작했다.

3M IBM 프록터&갬블등 유명업체들이 속속 진출했고 델로이트사는 베트남
최초의 회계합작법인을 설립하는등 병원 은행 보험 법률 화학 자원개발
건설 생수 의약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개시했다.

호치민 시티뱅크사무소 앤터니 칼리오소장은 "베트남은 미국의 기술과
자본을,미국은 베트남의 농산물과 광산물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지리적
으로도 베트남은 소련의 몰락으로 생긴 힘의 공백을 미국이 메워주기를
바라며 미국도 인도차이나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하기 위해
베트남과 긴밀한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경제계는 미국이 베트남에 대해 언제부터 최혜국대우를 적용할
것이냐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미국으로 가는 베트남상품은 경쟁력이 전혀 없다.

미국이 베트남상품에 90%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바람에 최혜국세율에
비해 50~60%의 차이를 보여 그만큼 가격이 높기때문이다.

그러나 MFN이 적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Made In Vietnam"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는등 최적의
수출기지로 부상할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으로서도 MFN이 적용되면 세계은행등 각종 차관과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유리한 입장이 될수 있고 이를 인프라시설 건설에
투입하는등 경제개발의 계기를 마련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중연 신한은행호치민지점장은 "일본 미국의 경우 정보수집과 마케팅이
뛰어나고 해외투자에 경험이 많은 대기업들이 전문성을 가진 중소기업과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베트남시장의 중요성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을 감안해 우리업계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대진출등 해외시장
진출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