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자산업이 본격 걸음마를 시작한 것은 지난 59년 진공관 라디오가
처음 생산되면서부터였다.

흑백 TV가 등장한 건 그로부터 7년뒤인 66년이었다.

이처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자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87년엔 100억달러의 수출고지를 돌파했다.

92년에는 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38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효자 산업"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진 셈이다.

세계전자시장에서 국내전자업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이와 비례해서 커지고
있다.

생산액기준으로 한국은 지난해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전자레인지와 위성방송수신기는 각각 세계시장의 30%와 42%를 차지하며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D램 메모리 반도체(30%)와 컬러 모니터(31%) 컬러브라운관(22%)등은 "세계
챔피언국"인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는 "월드 넘버투"품목이다.

이에 따라 국내경제에서 전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총수출에서 전자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80년 11.4%에서 지난해
30.4%로 상승했다.

총 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0년 11%에서 지난해엔 43%로 커졌다.

한국 전체 연구개발비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개발 투자를 반영, 국내 전체 제조업체의 특허출원 건수중
전자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80년 24%에서 지난해 47.6%로 높아졌다.

국내전자산업의 놀라운 성장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작년 8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하는 등 미국과 일본업체들을 추월,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차세대 영상매체로 꼽히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도 삼성전자 LG전자등
국내업체들이 잇달아 시제품을 발표, 선진국들과 당당히 자웅을 겨루고
있다.

이같은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자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부품산업기반이 취약한데다 설계기술도 부족해 창조적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게 당장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고정밀 초소형 핵심부품의 경우 외국의존도가 여전히 심하고 생산장비도
국산화율이 낮아 만성적인 무역역조를 야기하고 있다.

반도체에서도 메모리 분야는 세계정상이지만 화합물 반도체와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 비메모리에서는 매우 취약하다.

또 중대형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열악하다는 것도 미래전자산업의
기상도를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기업들이 부품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취하고 있어 국내 전자산업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LCD(액정표시장치)등 첨단미래형 제품 분야에서 세계 선두자리를
확보하고 있어 세트제품과의 연계성만 확보된다면 국내전자산업은 "제2의
도약"을 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