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판도 바뀐다] (8) 아시아 금융센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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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제결제은행(BIS)이 각국 중앙은행을 통해 외환거래실태를
조사할 무렵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색다른 예상이 나돌았다.
올해는 싱가포르가 도쿄를 제치고 아시아 최대의 외환시장으로 부상한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중앙은행별로 발표된 조사결과를 보면 이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도쿄는 하루평균거래량이 1천6백14억달러에 달해 1천54억달러에 머문
싱가포르를 누르고 아시아 최대, 세계 3위 외환시장 자리를 굳게 지켰다.
그러나 도쿄는 거래량증가율에서는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현저히 낮았다.
싱가포르에서는 하루평균거래량이 3년전인 92년 조사때보다 43%, 홍콩
에서는 50% 증가한 반면 도쿄에서는 34% 늘어나는데 그쳤다.
싱가포르시장이 도쿄시장을 추월하리라는 예상이나 거래량증가율에서 도쿄
시장이 가장 낮다는 사실은 똑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도쿄가 아시아 금융센터로 정착하기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흔히 지적되는 도쿄의 문제는 임대료와 세금.인건비가 비싸고 규제가
심하다는 점이다.
영어가 공식어로 통용되지 않는 언어장벽도 도쿄의 약점이다.
도쿄에 비하면 홍콩은 규제가 심하지 않고 언어장벽도 없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의 관문이라는 점도 홍콩의 장점이다.
그러나 97년중 중국에 반환된다는 점이 홍콩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홍콩의 현체제를 최대한 유지하겠다고 공언하지만 투자자들은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도쿄와 홍콩이 이런 문제로 주춤거리는 사이 부상하고 있는 시장이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규제가 심하지 않고 언어장벽이 없다.
정보통신체제가 제대로 갖춰진 점도 성장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장점이다.
싱가포르는 국제외환시장의 면모에서 이미 도쿄를 앞서 있다.
외환거래에 관한한 도쿄는 "국내시장"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듣는다.
이번 BIS 조사결과를 봐도 도쿄시장에서는 엔화가 포함되는 거래의 비중이
81%로 3년전에 비해 8% 포인트 높아졌다.
시장이 국제화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반면 싱가포르시장에서는 달러화 엔화 마르크화의 거래비중이 런던.뉴욕
시장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게다가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로 도쿄보다 월등히
높았다.
아시아의 중심외환시장임이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나 유러채권시장 역외금융시장 등을 비교하면 싱가포르는
아직 도쿄나 홍콩에 미치지 못한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경우 홍콩은 3천억달러인 반면 싱가포르는 1천억달러
에 불과하다.
역외시장 잔고에서도 7천7백억달러 수준인 홍콩과 도쿄가 4천8백억달러에
그친 싱가포르를 압도한다.
경제대국에 위치한 도쿄는 무시할수 없는 강점을 갖고 있다.
막강한 자금동원력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수년간 구미의 많은 금융업체들이 도쿄에 있던 아시아본부를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옮기는 동안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교역증가에 대처,
도쿄에 지점이나 사무소를 잇따라 개설했다.
홍콩의 장래를 낙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스탠더드 & 푸어스(S&P)는 최근 97년이후
에도 홍콩금융시장이 그다지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S&P는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중국의 금융.교역.서비스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된다고 예상했다.
상해를 비롯, 대북 콸라룸푸르 방콕 등도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센터를 꿈꾸고 있다.
특히 상해의 포동지구는 중국정부가 2000년까지 홍콩에 버금가는 국제금융
센터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중국정부는 최근 포동지구에 입주한 외국 금융업체들에게 인민폐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이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 "유치원생"에 불과한 자국 금융
기관들을 선진국 금융업체들과 정면으로 경쟁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상당기간 도쿄 홍콩 싱가포르의 "금융 3거점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
조사할 무렵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색다른 예상이 나돌았다.
올해는 싱가포르가 도쿄를 제치고 아시아 최대의 외환시장으로 부상한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중앙은행별로 발표된 조사결과를 보면 이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도쿄는 하루평균거래량이 1천6백14억달러에 달해 1천54억달러에 머문
싱가포르를 누르고 아시아 최대, 세계 3위 외환시장 자리를 굳게 지켰다.
그러나 도쿄는 거래량증가율에서는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현저히 낮았다.
싱가포르에서는 하루평균거래량이 3년전인 92년 조사때보다 43%, 홍콩
에서는 50% 증가한 반면 도쿄에서는 34% 늘어나는데 그쳤다.
싱가포르시장이 도쿄시장을 추월하리라는 예상이나 거래량증가율에서 도쿄
시장이 가장 낮다는 사실은 똑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도쿄가 아시아 금융센터로 정착하기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흔히 지적되는 도쿄의 문제는 임대료와 세금.인건비가 비싸고 규제가
심하다는 점이다.
영어가 공식어로 통용되지 않는 언어장벽도 도쿄의 약점이다.
도쿄에 비하면 홍콩은 규제가 심하지 않고 언어장벽도 없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의 관문이라는 점도 홍콩의 장점이다.
그러나 97년중 중국에 반환된다는 점이 홍콩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홍콩의 현체제를 최대한 유지하겠다고 공언하지만 투자자들은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도쿄와 홍콩이 이런 문제로 주춤거리는 사이 부상하고 있는 시장이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규제가 심하지 않고 언어장벽이 없다.
정보통신체제가 제대로 갖춰진 점도 성장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장점이다.
싱가포르는 국제외환시장의 면모에서 이미 도쿄를 앞서 있다.
외환거래에 관한한 도쿄는 "국내시장"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듣는다.
이번 BIS 조사결과를 봐도 도쿄시장에서는 엔화가 포함되는 거래의 비중이
81%로 3년전에 비해 8% 포인트 높아졌다.
시장이 국제화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반면 싱가포르시장에서는 달러화 엔화 마르크화의 거래비중이 런던.뉴욕
시장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게다가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로 도쿄보다 월등히
높았다.
아시아의 중심외환시장임이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나 유러채권시장 역외금융시장 등을 비교하면 싱가포르는
아직 도쿄나 홍콩에 미치지 못한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경우 홍콩은 3천억달러인 반면 싱가포르는 1천억달러
에 불과하다.
역외시장 잔고에서도 7천7백억달러 수준인 홍콩과 도쿄가 4천8백억달러에
그친 싱가포르를 압도한다.
경제대국에 위치한 도쿄는 무시할수 없는 강점을 갖고 있다.
막강한 자금동원력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수년간 구미의 많은 금융업체들이 도쿄에 있던 아시아본부를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옮기는 동안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교역증가에 대처,
도쿄에 지점이나 사무소를 잇따라 개설했다.
홍콩의 장래를 낙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스탠더드 & 푸어스(S&P)는 최근 97년이후
에도 홍콩금융시장이 그다지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S&P는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중국의 금융.교역.서비스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된다고 예상했다.
상해를 비롯, 대북 콸라룸푸르 방콕 등도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센터를 꿈꾸고 있다.
특히 상해의 포동지구는 중국정부가 2000년까지 홍콩에 버금가는 국제금융
센터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중국정부는 최근 포동지구에 입주한 외국 금융업체들에게 인민폐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이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 "유치원생"에 불과한 자국 금융
기관들을 선진국 금융업체들과 정면으로 경쟁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상당기간 도쿄 홍콩 싱가포르의 "금융 3거점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