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여의도 LG 트윈타워 서관의 지하스낵코너. 업무가 끝난 오후
6시 30분께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멜트인( Melt In ) 광장에 LG전자 임직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란
플래카드가 걸린 지하스낵코너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발디딜틈 없이 가득찬다.

이날은 한달에 한번(매월 마지막 금요일)열리는 "멜트인 데이". 아무런
형식없이 함께 "녹아들어" 화합을 다지는 자리다.

생맥주와 닭고기등 푸짐한 안주가 무료로 제공되는 이 자리는 말단
직원에서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LG전자맨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멜트인 데이"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6월. 구자홍 사장이 "업무외적인
일로는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직원들에게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보라"고
지시한 것이 계기였다.

"술한잔 하면서 그동안 못 만났던 상하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의식적인 모임도 아니어서 부담도
없고요"(권영제 경영심사실 수석부장)

"자주 마주치기 어려운 입사동기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오미라 해외홍보실 사원).

자유로운 자리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술자리를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멜트인 데이의 도입초기에는 사원들의 호응이 기대만큼은 높지 않았다.

경영진의 인사말로 시작돼 참석자들에게 LG구호를 제창토록 하고는
회사발전을 위한 제안따위로 이어지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행사였기
때문이었다.

회사측은 이에따른 직원들의 불만을 "깨끗이" 없앴다.

그러자 참석하는 사원들도 늘기 시작했다.

"부담없고 재미있더라"는 말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요즘은 늦게 가면
자리를 구할 수 없을 정도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자리가 파한 후 마음 맞는 이들끼리 2차를 가기도 한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