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이 대전환을 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을 계기로 보호와 육성의 근간을 이루던 중소
기업정책이 자율과 경쟁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의 여파로 중소기업보호의 양대산맥이던 고유업종과 단체수의계약품목이
대폭 줄어들고 정책금융축소도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시장개방등과 맞물려 중소기업을 위협하고 있으며 업체들은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뒤늦게 정부는 중소사업자 지원특별법을 마련하는등 부산한 모습이지만
여타 중소기업대책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정책의 핵심은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병서중소기업세계화연구회 이사장은 "기업은 자금과 인력 기술을 통해
성장 발전한다"며 결국 중소기업정책도 이를 어떻게 조화있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중소기업대책은 장단기로 나눠 수립돼야 하며 단기적으론 무더기도산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중소사업자지원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 법은 알맹이가
없으며 좀더 과감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소기업특별기금설치이다.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막을수 있게 2조원정도의 자금을 조성,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업전환을 하려는 업체에 대해선 자금상환연장과 창업수준의 지방세
감면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윤배숭실대교수는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금"이라며
"기협중앙회가 금리가 낮은 외화자금을 끌어다 업체에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평균 16~20%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부담하나 경쟁상대국
기업들은 6%안팎의 자금을 쓰니 경쟁력이 생길리가 없다고 말한다.

납품대금지급관행의 개선도 주요 문제이다.

현대 삼성 대우등 대규모기업그룹들은 결제기간을 단축하고 일부는 현금
결제를 하는 수준에까지 와있으나 중견그룹들은 아직도 3~4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업계는 어음발행을 법적기한인 2개월이내로 단축토록 강력히 제재하고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그룹의 경우 어음대신 기업카드결제방식으로 전환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력문제의 경우 변형근로시간제의 도입과 병역특례요원의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기협중앙회의 한기윤경제조사부장은 "변형근로시간제는 중소기업의 탄력적
인 인력활용을 위해 조기에 도입돼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론 어음제도의 개편과 인력정책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중소기업은 거래상대방의 부도에 의한 연쇄도산이 많은데 연결고리인 어음
제도의 개편없이는 이를 막을수 없다는 것이다.

이대길지함조합이사장은 "아예 어음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어음보험제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어음을 의무적으로 보험에 들게 하고 부도가 나면 일정금액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또 인력이 서비스 향락산업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할수 있도록 제조업
근로자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의 도입이 필요하며 기술및 기능인력양성을
위해선 교육구조를 인문계중심에서 실업계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 김락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