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로터스 디벨로프먼트를 인수한 지 3개월만에 짐 만치 사장이
급작스럽게 사직서를 제출, 관심을 끌고 있다.

만치 사장은 11일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IBM과의 불화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주변의 시각은 만치 사장을
결별로까지 몰고 간 불화의 원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는 이날 "매출규모가 10억달러정도 되는 독립회사에서 부족함이 없는
최고경영자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던 요인들이 이제는 사라졌다"는
말로써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IBM의 이사직도 동시에 사직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진짜 개인적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만치 사장은 어떤 결정을 내리려면 수많은 토론을 거치는 스타일이어서
루 거스너 IBM회장과 잘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IBM과 로터스와의 합병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같은 그의
말을 믿는 대신에 두 회사의 문화차이로 인해 로터스의 핵심인물들이
무더기로 사퇴할 수도 있다는 그간의 소문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로터스의 주력제품 개발을 주도했던 레이먼드 오치의 거취는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을 끄는 상황이다.

그는 로터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으며 그가 없는 로터스는 껍데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컴퓨터업계는 물론 증권가에서도 로터스의 "이탈자"들은
최대 관심사의 하나가 되고 있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