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일 성균관대 동국대 중동고등에서 실시된 삼성그룹의 전문직 직무
적성검사 시험장.

디자인 광고.판촉 영상 프로그래머등 4개분야 신입사원을 뽑기위한 이
시험장은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방불케할 정도로 현란했다.

통바지에 전투화를 신고 조그만 가방(색)을 둘러맨 색다른 차림의 지원자로
가득찼다.

시험도중에는 곳곳에서 삐삐까지 울려 인생의 항로를 좌우하는 시험장인지
신세대들의 패션쇼 장소인지 도저히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는것.

올하반기 신입사원 채용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진풍경중의 하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더라는 이같은 풍속도는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제도 변경과 인재관의 변화에 기인한다.

여기에는 삼성그룹이 모집광고를 내면서 "끼"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강조해
눈에 띄는 차림을 유도(?)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학력제한이 철폐돼 누구든 응시할 수있게된데다 정형화된
인재보다는 개성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쪽으로 인재관이 바뀐 것을 반영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력제한 철폐는 이런 진풍경을 연출해냈을 뿐만아니라 기업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바로 고사장 확보난이다.

삼성의 경우엔 이미 비상이 걸렸다.

3백명 모집에 1만4천명이 4백80대1의 경쟁율을 나타낸 전문직의 예로 보아
12월3일 실시되는 일반공채에는 적어도 5-6만명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학교당 수용인원을 2천명으로 잡아도 25-30개 학교는 빌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군다나 12월3일은 30대그룹이 모두 신입사원 전형을 실시하는 날이다.

물론 중복지원이 많아 지원자가 모두 시험장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학교를 적게 빌릴 수는 없다는데 애로가 있다고 삼성
관계자는 말했다.

그래도 이같은 현상은 즐거운 비명에 속한다.

더 큰 고민은 1차 합격자 선발의 기준이 되는 납득할만한 학점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필기시험을 치를 때는 그 성적으로 1차 당락을 결정했기 때문에 따로 학점
을 볼 필요가 없었으나 올해부터는 대부분 기업이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서류전형으로 대체한다.

학점외에는 평가기준이 없다.

하지만 학점은 학교별.학과별로 엄청난 격차가 있다.

명문 비명문에 관계없이 학점을 좋게 주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A학점을
보기힘들 정도로 인색한 곳도 있다.

따라서 학점만으로 1차 합격자를 골라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올하반기부터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대신 서류전형을 두차례 실시키로한
현대그룹의 경우 컴퓨터로 분석한 전국 1백40여개 대학의 학과별 학점을
근거로 학교별.학과별 학점의 가중치를 계산하는등 학점평가기준 작성에
부심하고 있으나 객관성확보가 여의치 않다고 토로한다.

포철도 서류전형의 객관적 기준마련을 위해 최근 입사자들의 성적과 근무
성적등을 비교.분석하고 있으나 역시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학점과 써클활동기록만으로 지원자들이 납득할만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데다 자칫 특정대학을 우대하거나 차별한다는 등의 비난을 들을
우려가 있다는데 기업들의 고민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1차 실무자면접에 나서는 과.차장급 면접관들을 교육시키는 것과 면접장을
확보하는 것도 새로운 일거리.

2차 면접을 실시하는 임원급이야 그간 자주 면접을 봤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이 필요없으나 과.차장급의 경우엔 사전에 면접요령 주안점등을 숙지
시켜야 한다는 것.

따라서 실무자면접을 실시하는 현대 기아 한화 한일 동부그룹등은 대부분
면법요원의 숙박훈련까지 계획하고 있다.

지원자들이 시험을 치르는게 아니라 기업이 시험을 치르는 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희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