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앙정보국(CIA)이 미일자동차협상때 일측 대표단간 대화를 도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연 한국은 외국첩보기관의 "도청 안전지대"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CIA토쿄지부가 미일자동차협상 당시 협상대표였던
하시모토(교본)통산성장관과 일본업계대표간의 협의내용을 도청, 미키
캔터미무역표부(USTR)대표에게 매일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경제우선의 국제사회속에서 CIA가 놀랄만한 업적을 이뤄냈다"
는 클린턴측근의 말을 인용, 소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난 9월의 한미자동차협상때 한국은 "무사"했을까.

당시 협상에 관여했던 정부당국자는 "1백%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청이란 게 워낙 기술적인 것이어서 우리로선 입조심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한 외교소식통은 "주한 미대사관에 외교관이나 무관신분으로 와있는
"화이트"요원과 위장신분으로 활동중인 "블랙"요원을 합하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첩보원 수는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소식통은 "국제전화는 1백%,팩스도 거의 대부분 잡힌다고 보면 틀림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번 차협상때 미CIA가 도청을 했는지의 여부는 현단계에서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도청에 대한 대비는 과거나 지금이나 거의 무방비에
가깝다.

정부청사만해도 출입증만 컬러복사하면 아무런 제지없이 들어올수 있다.

더욱이 외무부나 통일원등 기밀문서를 취급하는 부처의 경우 복사기주변에
내부문건이 나뒹구는등 보안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뿐인가.

이번 협상때 교섭대표단은 워싱턴의 숙소호텔에서 본국정부와 "마음껏"
국제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미CIA가 국내에서 맹약하고 있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승만정권때도 CIC(미방첩대)가 이화장에 도청장치를 했었고 박정희
정권때도 박동선사건직후 CIA가 청와대를 도청했다 해서 논란이 된적이
있었다.

CIA는 냉전체제종식이후 경제첩보쪽에 치중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 2월 프랑스에선 CIA의 산업스파이활동이 발각되는 바람에 양국관계가
서먹해지기도 했다.

정보를 송두리째 내주기전에 정부당국은 경제분야 보안에 신경써야할
때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