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원은 17일 세종호텔에서 제4차 내륙수운 학술심포지움을 갖고
수도권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6개 수도권 방사운하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세종연구원 주명건이사장이 발표한 "수도권 운하망 개발방안"을
요약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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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의 국토는 우리의 40%밖에 안된다.

그나마 3분의 1은 바다보다 낮은 땅이다.

그렇지만 국민소득은 우리의 3배나 된다.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운하망을 구축, 유럽 국제물동량의 36%를
처리하는 때문으로 볼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반경 5백 안에 인구 1억6천만명이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그안에 안트워프 브레멘 함부르그라는 막강한 경쟁상대도 있다.

그럼에도 로테르담은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라인강 어구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살려 사회간접자본에 과감히
투자한데다가 경쟁항구들과 함께 다른 지역보다 효율이 높은 물류기지가
되도록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에 비춰 볼때 아산항이 부산과 경쟁관계가 있다고해서 개발을
견제해선 안된다.

오히려 적극 개발해 내륙수운과 연계시킴으로써 두 항구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동아시아의 다른 항구들로부터 환적물동량을 더많이 흡수할 수
있다.

예를들면 부산은 일본과 러시아쪽의 환적물동량을, 아산은 중국과 대만및
동남아의 것을 분담함으로써 한국전체의 전략적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반경 1천 내에는 세계인구의 3분의 1이 살고 있다.

환적물동량도 9억여톤이나 된다.

이를 흡수할 경우 세계최대의 물류기지가 돼 한국의 국부가 증대될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같은 구상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는 하나가 비효율적인 물류체계이다.

우리의 물류비용은 제조원가의 17%로 다른 나라보다 2배이상 높다.

한국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셈이다.

교통혼잡으로 인한 손실도 연간13조원이 넘어 국가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사활은 국력을 기울여 물류비를 줄이고 교통혼잡을
해소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경제력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교통혼잡비용의 대부분이 여기서 발생한다.

인구 중심이 해안에서 30여km 떨어져 있는데다 수도권지역의 경우 비교적
완만한 구릉지대라 담수량이 넉넉한 개천들도 없고 공업지역들은 흩어져
있어 아무리 연안해운으로 값싸게 대량운송을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도로운송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방안은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할뿐 아니라
토지수용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가 어렵다.

또 유일한 수로인 한강도 상수원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운송에 이용될
수 있는 여건은 못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발상을 전환해 주요 개천들을 확장 준설하고 각
수계들의 분수령에는 터널을 만들어 한강과 임진강및 한탄강의 물을 끌어
들이자는 "수도권 운하망 구축안"은 건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도로건설에 따른 토지수용비를 들이지 않고 수송체계를 만들 수 있으며
물류비는 물론 교통 혼잡비용도 줄이면서 경기 남부지역의 만성적인
용수부족을 해결하는 동시에 택지와 공장요지 부족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기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평운하(서울-평택)과 함께 경수운하(서울-수원)
수안운하(수원-안산)경전운하(서울-전곡)광평운하(광주-평택)
경춘운하(서울-춘천)등 수도권에 운하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먼저 경수운하는 길이 7.2km의 터널을 건설해 안양천을 황구치천과
연결하고 한강물을 수원쪽으로 역류시킨다.

둘째 수안운하은 안산쪽으로 흐르는 동화천을 황구지천과 연결시켜
한강물을 서해로 흘려 보내고 시화방조제에 갑문을 설치하여 외해와
연결시킨다.

세째 경전운하는 한탄강으로 흐르는 신천과 중랑천을 연결하고 두개의
갑문을 만들어서 하상의 경사를 극소화한다.

네째 광평운하는 경안천과 진위천을 연결하는 10.3km의 터널을 만들어서
한강물을 역류시키고 이동저수지 하류에 갑문을 건설한다.

다섯째 경춘운하은 청평댐에 갑문을 만들고 북한강을 준설 정비하면 된다.

그뿐 아니라 이것은 광평운하를 통해서 한국의 가장 깊숙한 내륙도시인
춘천에서도 동아시아의 어느 항구로나 직접 갈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수도권에 포괄적인 운하망을 구축하면 교통체증과 물류비용의
문제외에 아직도 한강본류를 상수원으로 쓰는 전근대적인 생활용수 체계를
선진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 상수원 보호라는 명분으로 묶어 뒀던 경기 강원 충청도 일대의 광활한
한강유역을 개발금지란 족쇄에서 풀어줌으로써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민 재산권을 회복시켜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