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

문민정부 들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중의 하나가 아마도 세계화라는
단어일 것이다.

여기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란 우리 문화,우리문물이 세계적 표준이
될때 완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세계화의 척도는 자국의 표준이 얼마나 세계적 표준으로 채택되었느냐로서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표준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볼수있다.

"경제우선"을 주창해온 "클린턴"이 미국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국가표준
기술연구소(NIST)의 연구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국제경쟁력의 원천은 산업표준화이며 국제표준을 장악하지 않고는
세계경제를 지배할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NIST의 96년 예산을 지난해보다 50%나 증액한 14억달러로 책정한 것을
보아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세계표준화에의 대응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표준중 현재 국제표준 채택이 유력시되는 것은 최근
공동문자코드(유니코드)에 들어가기로 한 한글표준 코드(11,172자로 확정)가
유일한 실적이다.

그동안 선진표준을 모방만 해온 타성에서 벗어나 우리의 산업표준을
세계표준으로 만들려는 적극적인 자세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Ginseng 이라고 일본식 표기방법을 따르고 있는 한 인삼이 우리 것이라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며, 김치마저도 Kimuchi 로 표기된다면 우리
고유식품이 세계화 되었다는 것에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VCR표준에서 기술적 우세한 "소니"사가 "빅터.마쓰시다"사에 굴복한 것은
표준화의 위력 앞에 굴복한 것이었다.

또 고품질TV(HDTV)에서 일본이 수년전부터 "아날로그"표준방식으로 개발을
완료한 상태였지만, 미국이 "디지탈"방식을 새로운 표준으로 정하자 막대한
투자가 사장되어버릴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모전자회사가 8mm 캠코더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세계표준으로 인정을 받지 못해 사장된 예도 있다.

세계화는 기술개발로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표준화로 더욱 완성된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표준화에 사활을 거는 경우가 많다.

표준화가 얼마나 중요한건가는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요인에서
찾을수 있다.

북군은 표준화된 "휘트니"총으로 싸운 반면 남군은 그렇지 못하였다.

남군의 총은 고장나면 고치기 힘든 반면에 북군은 표준화된 부품으로
쉽게 고쳐 쓸수 있기때문이었다.

지난 5월 감사원은 한국통신이 규격에 맞지않은 광전송장치를 설치하는
바람에 예산의 낭비가 있어음을 지적한 일이 있다.

정부 직접 나서야 이렇게 표준의 중요성을 몰라서 예산이 낭비 되는 일은
너무 많다.

작년 개통후 22건의 사고가 발생한 과천선의 경우도 같은 예이다.

즉 지하철과 철도간에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다.

지하철은 직류 1,500V의 전동차가 다닌다.

그리고 철도는 교류 25,000V의 전동차가 쓰인다.

정동차가 두개의 다른 노선을 다니기 위해서는 직교류 변환장치가
필요하다.

그 비용은 대당 1억5,000만원으로 결과적으로는 1,000대의 설치비
1,5000억의 추가비용이 소요되었으며, 고장률도 높을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기업의 모든 분야에 비표준화와 비능률이 만연돼서는
개방화와 무한경쟁으로 표현되는 세계 자유경제의 도도한 흐름속에서
생존하기가 매우 어려워질수 밖에 없다.

그런 반면에 표준화는 특정기업의 특정이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다수의
보편이익을 창출하는 특성이 있다.

직접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 생리상 당장에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표준화에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점이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선진각국에서 처럼 산업표준화를 포함한 각종 연구와
국제표준화 활동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역량을 총집결하여 산업표준의 세계화에 대응해 나가야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