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울산시 LG금속 온산공장.이 공장 근로자들의 일과는 출근과 동시에
현장 사무실에 있는 PC(개인용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 걸로 시작된다.

PC에 개인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모니터에 그날 정비.점검해야할 기계의
목록이 작업지시서의 형태로 나타난다.

직전 교대 근무자의 설비점검 결과도 함께 뜬다.

현재 어떤 기계가 어떤 상태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작업자는 근무시간중 컴퓨터의 지시대로 기계 상태를 점검하고 퇴근전
결과를 PC에 입력하는 것으로 근무를 마무리짓는다.

이 공장의 주업은 동광석 제련.기초소재를 만드는 공장이지만 설비관리에
관한한 최첨단을 달린다.

모든 설비의 정비와 점검이 전산시스템으로 이뤄진다.

개별 기계와 부품의 이력및 상태가 컴퓨터로 관리되는 건 기본이다.

이 공장이 예방정비( Preventive Maintenance )활동으로 지난 3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비밀도 바로 이 전산시스템에 숨어 있다.

LG금속 온산공장은 지난 92년부터 PM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도요제련소와 수익성을 비교한 결과 설비생산성을 높이는게 최대
관건으로 떠올라서였다.

설비의 생산성을 높이자면 우선 기계고장 없이 공장을 돌리는게 제일 큰
과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설비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점검하고 정비해 불시고장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에서 PM활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공장의 PM은 다른 공장과는 차원을 달리해 출발했다.

단순히 과거의 비계획적인 점검.정비활동을 계획.예방정비로 전환한게
아니다.

정비 계획을 전산화해 철저한 PM을 시작했다.

"예방정비를 위해선 전산화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수천 수만개의 기계와
부품들을 점검하고 정비하는 계획을 수작업으로 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홍성환관리지원팀 부장)

지난 93년부터 착수한 이 공장의 정비전산시스템 구축은 작년말께
완료됐다.

제련과정의 모든 기계를 "정비할 수 있는 최소단위"인 1만여개로 분류해
이력서를 만든게 "대표작"이다.

이 이력서엔 그 부품이나 기계가 언제 어느회사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의 기본정보가 실려있다.

또 그 기계가 언제 어떤 고장을 일으켜 정비됐는지도 기록돼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건 해당 설비를 언제 점검해야 하고 부품을 언제 갈아
끼워야 하는지등 계획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는 점이다.

여기엔 기계에 이상이 있을때 어떻게 조치하라는식의 표준작업 지시내용도
담겨있다.

이는 <>기계별 <>작업자별 <>날짜별등 어떤 형태로든 PC모니터에 띄워볼
수 있다.

이같이 빈틈없는 설비관리로 LG금속 온산공장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지난 92년 85%수준에 머물렀던 가동률이 지난 6월말 현재 92.4%로 뛰어
올랐다.

동처리량 손실도 같은기간중 연간 4천50t에서 1천1백t으로 70%이상
줄었다.

이로인한 수익성 제고효과는 지난 3년간 연평균 57억원에 달했다.

"정비전산 시스템으로 예방정비 활동을 강화하면서 고장으로 인한 설비의
불시정지 시간이 크게 줄었다.

93년의 3백33시간에서 작년엔 1백96시간으로 단축됐다.

최종 목표는 우리공장에서 "불시정지"라는 말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김현만 PM팀부장)

< 울산=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