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영 < 제일프로덕션 사장 >

금년 1월부터 광고제작업이 전면개방됨에 따라 국경없는 광고전쟁이 불어
닥쳤다.

IBM 코카콜라 등 선진국에서 만든 직수입 CF가 판을 치고 있는 등 예측하기
힘든 시장상황에 우리 CF제작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CF에 있어서 국제경쟁력 운운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광고계에는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파광고를 취급하는 광고회사가 CF제작사보다 배가 넘게 많아졌다는 사실
이다.

거꾸로 돌아가는 흐름속에서 광고주를 유치하자니 그 치열함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광고회사들의 제살깎아먹기식 과잉경쟁으로 애꿎게도 새우등 터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제작비의 사전합의를 무시한채 제작을 재촉하는 경우가 그렇다.

밤샘을 해가며 몸 안돌보고 납기일을 맞추어주면 그제서야 새삼스럽게
제작비를 문제삼아 광고회사의 이익에만 기준을 둔 이상한 계산법으로
제작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예가 허다하다.

굳이 제작비를 관리하고 싶다면 착수금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간접비가 인정되어야 한다.

상식선에서 결제시기와 어음기일이 지켜져야 한다.

CF제작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악습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한 독자적인
의지만으로는 첨예한 국제경쟁에 나설 수 없다.

해답은 개혁이다.

우리의 내부구조가 먼저 변해야 경쟁할 수 있다.

그것이 순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