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고도성장은 지속될수 있을까.

이 문제를 놓고 "성장한계론"을 주장하는 폴 크루그만 스탠퍼드대학 교수와
아시아 학자들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크루그만 교수는 지난해말 "포린어페어즈"지 겨울호에서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아시아 고도성장의 기적은 인력및 자본의
과도한 의존에서 비롯된 양적성장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지속적인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지는 20일 이같은 크루그만 교수의 논지와 그에대한
학계의 반론을 정리,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크루그만교수의 말을 인용, "한국이 노동과 자본에 대한 의존성
에서 벗어나 "총요소성장체제"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미국정도의 생활수준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박사를 현재의 2배이상 배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총요소생산성"없이는 진정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고 주장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인력을 보다 현명하게 조직하는 능력과 기술적진보,
혁신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 경제학에서 내세우는 양대 생산요소 "노동과 자본"외에 "총
요소생산성"이 동반돼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시아가 최근 이룩한 경제성장은 모두 사람을 더 많이 투입하고
투자를 확대한데 따른 것일뿐 총요소생산성 향상은 없었다고 크루그만 교수
는 지적했다.

이에대해 아시아 각국의 학자들과 연구기관들은 "크루그만 교수가 지나치게
모호한 개념으로 가지고 아시아의 경제성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반박
하고 있다.

이들 비판자들은 크게 3부류로 대별된다.

첫째, 크루그만 교수가 제안한 소위 "성장분석"은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분석하는 도구로 적합치 않다며 그의 논지자체를 부정하는 부류이다.

둘째는 그가 제시한 성장분석및 총요소생산성 개념은 인정하면서도 아시아
경제성장이 노동과 자본만으로 이뤄졌다는데는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은행 보고서 "동아시아의 기적" 집필 학자들이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등 지난 60년~85년까지
의 아시아 8대 고도성장국들은 바로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왔다"며 "이들의 경제성장중 3분의1은 바로 총요소생산성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세번째, 크루그만 교수의 주장은 인정하지만 아시아의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동의할 수 없다는 부류이다.

지금까지의 성장에서는 노동과 자본의존도가 컸지만 앞으로는 "총요소
생산성 향상"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어떤 서방 선진국들보다 높은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논거이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이 과연 언제까지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노동과 자본에 의한 생산성 증대는 조만간 "한계생산 체감법칙"에 따라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크루그만 교수의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