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산업분야가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칩 메이커들간의 설비투자 경쟁이 불붙기
시작한데 이어 컴퓨터의 두뇌격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드는 미국 업체들간
의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싸움도 갈수록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20일 인텔이 이스라엘과 아일랜드,말레이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과 동시에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사와 넥스겐사가 합병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경쟁양상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AMD와 넥스겐은 두 달 전부터 합병을 검토, 이날 넥스겐주식 1주당 AMD
주식 0.8주를 주는 비율로 두 회사를 합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8억4천만달러에 이르는 규모로 내년초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이들 두 회사간의 합병은 인텔의 공세에 대해 경쟁업체들이 어느 정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사이릭스나 AMD같은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 호환칩 메이커들이
인텔로부터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제휴해왔으나 합병까지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수요의 80%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절대강자"인 인텔
은 최근 본사가 위치한 미국 샌타 바버라를 비롯 애리조나및 오리건,
워싱턴주에 새 공장을 건설중인데 20일 이스라엘등에 30억달러를 들여
플래시메모리칩과 마이크로프로세서, PC용 보드등을 생산키로 하는등 사업
규모를 급팽창시키고 있는 것.

인텔은 새 공장 마련계획은 칩수요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여타 경쟁업체들은 생존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태다.

AMD의 경우 아직 인텔의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인 펜티엄과 호환되는 칩을
내놓지 못해 넥스겐이 개발한 펜티엄 호환칩인 Nx586제품과 이 회사의 칩
개발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AMD측의 숨통을 틔어줄 것으로 보이지만 합병을 통해
인텔에 대해 어느 정도 저항력을 가질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듯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