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물러나려니까 섭섭하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국록을 받던 "온실속 생활"을 마감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려니 첫 직장
출근때 느꼈던 불안감도 들고요"

지난주말 4년간의 감사위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유길선전감사위원의
퇴임소감이다.

유전위원은 사시합격(14회)후 지난 63년부터 줄곧 검찰에서 일해오다 91년
10월 감사위원에 임명됐었다.

유전위원은 감사원 생활에 대해 "행정 전반을 조감할수 있는 좋은 기회
였다"고 말했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감사원의 위상이 높아가고 내실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물러나게돼 기쁘다고도 했다.

유전위원은 "이회창전원장이 감사원의 위상을 높였다면 이시윤현원장은
강화된 위상에 어울리는 내실을 쌓아가고 있다"며 전.현직 원장들을
나름대로 평가했다.

그는 또 "특정 사안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감사원 감사요원들의 직업
근성에 대해 감탄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유전위원은 "감사원 생활에서 가장 기억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율곡사업등 새정부들어 취해진 사정업무에 일조했던 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일각에서 율곡사업 감사가 미진했다는 불만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감사원의 당시 여건으로는 최대의 성과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퇴임과 함께 서초동에 사무실을 얻어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는 유전위원은
"주로 민사나 조세등 경제분야 소송을 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에서 조세와 관련된 국민불만사항을 여러번 처리했던 경험을
살리겠다는 설명이다.

유전위원은 또 "기회가 닿는다면 기업의 법률고문도 해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검찰업무와 변호사업무는 외견상 서로 대치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두
업무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
합니다"

변호사 업무에 대한 유전위원의 "자기주장"이다.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