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원들은 "거액"의 예금이 들어와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비단 "비자금사건"때문만이 아니다.

받아들인 거액을 운용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예금주들은 거액을 맡기는 조건으로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다소 무리를 하면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자금운용파트에서 펄쩍 뛴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팀에선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러느냐"고 핀잔을 주기 일쑤다.

최근들어 은행에선 ALM으로 일컬어지는 자산부채종합관리가 부쩍
중요해졌다.

ALM은 말그대로 은행이 대출등으로 운용하고 있는 자산과 고객예금등
부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조흥은행종합기획부의 신태순과장(37). 그는 이 은행 ALM팀의
실무책임자다.

신과장의 모토는 "수익극대화, 리스크최소화"다.

그러나 현실은 이 모토를 달성할만큼 충분하지 않다.

단기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리스크헤지수단이 별로 없다.

원화파생상품도 아직은 초보적 수준이다.

그러니 ALM이라고 해봤자 아직은 원시적이다.

할일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신과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금리자유화가 진전될수록 ALM의 중요성은 커질수밖에 없다.

긍극적으로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ALM을 실시하느냐가 은행수익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한번 해볼만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각오가 이런 만큼 노력도 남다르다.

사무실에선 조흥은행이 자체개발한 "경영정보ALM시스템"이 쏟아내는
각종 자료와 하루종일 씨름한다.

자료는 여러가지다.

금리감응도분석표 기간별만기구성표 금리.수익.비용비교표 각종
시뮬레이션등.

이 자료를 분석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야만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수
있다.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용할수 있는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ALM전문가를 향한 신과장의 노력은 퇴근후에도 계속된다.

국내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흐름도 알려고 애쓴다.

자금과 금리의 움직임이나 뭉칫돈의 동향은 필수과목이다.

선진금융기관의 ALM노하우와 고객들의 욕구변화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시간을 내서 공부할수 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 저금리추세가 굳어지면서 자금조달파트와 운용파트간에 활발한
내부토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볼수 없던 현상이죠.이런 토론이 활성화될수록 ALM팀의
할일은 많아지지 않겠습니까"라고 얘기하는 신과장에게서 새로운
전문직의 "대가"를 꿈꾸는 자만이 가지는 도전의식이 물씬 풍겨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