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공장이라면 으레 커다란 기계에서 시커먼 타이어가 찍혀 나오는
것만을 상상하기 쉽다.

섬세한 면이라고는 전혀 없는 공장으로 말이다.

그러나 타이어 공장에도 감각 있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업무를 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디자인 실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연구본부 디자인팀의 이창호대리(33).

그는 미술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후 금호타이어 디자인팀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는 중견 디자이너다.

"타이어에 웬 디자인이냐"고 할 사람이 있을 지 모른다.

이대리의 설명은 이렇다.

"타이어가 지표면과 닿아 찍히는 문양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는 타이어의
기능을 좌우합니다.

보통사람 눈에는 다 그게 그것처럼 보이는 문양이지만 전천후타이어와
서머타이어(여름철용) 윈터타이어(겨울철용)등의 디자인은 완전히 달라야
하지요.

또 같은 전천후타이어라도 디자인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건 물론이고요"

그렇더라도 타이어 문양을 디자인한다면 다른 제품디자인에 비해 눈에
띄지 않아 빛도 나지 않는 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대리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디자인에 따라 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제품의 외형
디자인에 비하면 훨씬 중요한 일이지요.

더구나 신제품을 디자인해 호평을 받고 거리에서 그 타이어를 보면
뿌듯합니다.

자동차의 안전도를 높인다는 보람도 있고요"

디자인이라는 업무 자체가 창의성을 중시하는 만큼 타이어디자인팀은
다른 부서에 비하면 일과가 자유로운 편이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보통 한사람이 2개월에 한개의 신제품을 디자인해내는
꼴인데 이 기간동안은 일과중 다른 사람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다.

업무과정은 대충 이렇다.

일단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100여개의 디자인을 스케치 해보고 수출용
이라면 이중 몇개를 골라 현지에 보내 의견을 묻기도 한다.

그래서 선정된 3개 정도의 후보를 직접 손으로 깎아 제작해 실험을
해본다.

그중 기능이 가장 우수한 것을 최종 작품으로 채택하는 식이다.

물론 편하고 쉬운 일인건 만은 아니지만 100여개 시안중에서 마지막 한
작품을 추려 내는 동안 스스로 많은 점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는게 이대리의
귀띔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