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아파트 부실시공및 하자발생을 미리 막기 위해 "공동주택의
건설.공급및 관리에 관한 규정"을 제정,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규정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아파트 공사중 시행되는
중간검사나 완공후 사용검사(준공검사)때 현장에 입회, 하자여부를
점검하고 개.보수를 요구할수 있게 된다.

또한 아파트공사에 실명제를 도입하여 아파트 시공자.감리자.설계자.
현장소장 등의 이름을 새긴 머릿돌을 아파트단지에 세워 영구 보존케
하는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파트건설 관련자들의 책임의식을 높이려는 것이다.

우리의 고도성장 과정은 땅파고,집짓고,도로내는 일과 관련이 많았다.

새로운 구조물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경제성장의 생생한 모습으로
비쳐졌고 한강변에 세워진 아파트는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새로 짓는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재산증식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다.

아파트투기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주택이 주거의 수단이라기보다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주택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아파트는 부실하게 시공되고
이로 인해 하자가 발생해도 입주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사례는 많았다.

그러다보니 부실시공 하자발생과 보수는 으레 있는 일로 여겨졌다.

와우 아파트가 붕괴되는 사고를 겪었어도 부실공사는 흔했다.

아파트 입주자라면 당혹스러운 경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부실시공이 바로 살인행위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사건과 사고를 겪으면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부실시공을 원천적으로 막을수 있는가.

건설교통부의 조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할수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각종 검사에 입회하여 하자여부를
점검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전문가가 아닌한 어떻게 문제점을 찾을수 있는가.

또 전문가라 하더라도 상당기간이 지난 뒤가 아니면 부실시공 여부를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입주 예정자들의 검사현장 입회가 부실시공 예방 방법일수는 없다.

아파트 실명제는 건설관련자들이 자기 이름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정성을 다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수는 있을 것이다.

제품을 만들든 건설공사를 하든 기술수준이 낮아 좋은 물건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는 많다.

우리의 부실시공문제는 기술이 모자라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정성이 모자라고 남의 눈을 속이려는 것이 문제다.

부실시공이라든가 건축물붕괴사고는 기술부족이 아닌 정성부족 때문이었다.

관련자들이 자기 이름이 새겨진 머릿돌을 세운다고 해서 얼마나 정성을
기울일 것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건교부의 착상은 좋은것 같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든,벽돌을 나르는 사람이든
최선을 다해 일하는 풍토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한단계 뛰어오르려면 근로윤리 직업정신을 일깨워야 한다.

이런 바탕위에서 부실시공이 자행되는 건설업계의 구조적 부조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