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기 조치원 공장엔 독일의 지멘스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공장이 생산하고 있는 다층회로기판(MLB)을 납품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공급계약을 체결하자고 손을 내민 회사는 또 있다.

세계최대 PC(개인용컴퓨터)메이커인 컴팩이나 킹스톤도 MLB를 공급받고
싶다고 제안해왔다.

내로하하는 선진업체들이 이 공장제품을 사겠다고 결심한 데는 공통점이
있다.

구입의사를 밝힌 것은 조치원공장을 견학한 직후다.

이 공장의 생산관리체제인 "포인트시스템"을 둘러보고 제품의 품질을
인정해 준 것이다.

"포인트"시스템은 지난 92년 이 공장이 자체기술로 구축한 현장중심의
생산관리시스템.

이 시스템은 각 공정으로부터 자동집계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리얼타임으로
분석해 공정의 이상유무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 준다.

공정별 시간대별로 제품 생산실적이 차질없이 진척되고 있는 지도
나타내 준다.

이 공장이 통합생산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은 주문자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주생산품인 MLB는 1백% 주문생산을 하는 만큼 납기를 지켜 구매자의
신뢰를 획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MLB를 생산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일.

또 "중간에 30여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체 공정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은 필수적이다"(조래을 공장기획팀 부장)

이 공장의 작업자들은 라인의 이상유무를 현장에서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

대신 포인트 시스템에 띄우기만 하면 된다.

24시간 가동되는 이 시스템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으면 공정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신호다.

대책을 수립하고 공정이 정상으로 될 때까지 이 신호는 꺼지지 않는다.

이 신호를 끌 수 있는 곳도 공정관리팀이 아니라 이상이 발생한
현업부서다.

책임지고 품질관리를 기하기 위해서다.

공장을 떠나서도 제품공정현황은 언제든지 파악이 가능하다.

부장 이상의 간부급 직원들의 집에는 포인트시스템이 전산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재고 출고사항 매출실적등 공장현황은 PC(개인용컴퓨터)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출근전 진척현황을 파악한 후 업무를 시작하는 모습도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포인트 시스템은 라인 가동률 극대화에도 한 몫 했다.

공정별 시간대별로 작업로드를 분석해 균형적인 라인관리를 하는
"라인 밸런스"제도를 구축한 것.

이 공장이 주문자의 요구에 의해 생산하는 MLB는 한달 평균 2백여종.

각 제품은 공정도 모두 다르다.

비교적 쉬운 공정은 작업이 빨리 진행되는 반면 복잡한 공정은 작업속도가
느려진다.

손쉬운 공정은 작업량이 많게 마련이다.

포인트 시스템에선 부하가 많이 걸리는 부분(쉬운 공정)과 작업이
지연되는 공정(복잡한 공정)이 표시된다.

이때 후공정에서 앞공정에 신호를 보내 공정이 원활히 흐르도록 하는 게
라인 밸런스 제도.

"투입후 순서에 따라 흘러가는 "푸시공정"이 아니라 뒷공정의 필요에 의해
앞공정을 견인하는 "후공정 인수방식"인 셈이다.

이같은 독특한 공정은 포인트 시스템이라는 인프라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윤용수 기판조립부 이사).

포인트 시스템과 라인밸런스제도는 이 공장을 설립된지 4년만에 수율
97%의 고지에 올려 놓았다.

제품 양품률과 직행률도 지난해 93.6%와 76%에서 올 8월 현재 96.6%와
82%로 상승했다.

지난 91년 공장문을 연 후 지난해 비로소 첫 흑자를 기록한 조치원 공장.

이 공장은 포인트 시스템과 라인밸런스 시스템이라는 카드로 오는
2000년에 세계 5대 전문메이커로 발돋움 한다는 구상이다.

<조치원 = 김재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