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자문업계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증권사에서 이적해온 사람이 있고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외인부대도
없지 않다.

IBM출신의 인사가 있는가 하면 약학박사. 잡지사 기자출신. 왕년의
큰손자제도 눈에 띈다.

사설업계는 또 이합집산이 빈번하다는 특징이 있다.

한 곳에서 어느정도 "도"를 닦았다 싶으면 새로이 자문업체를 하나
만들어 하산한다.

제도권밖에서 두각을 나타내 "안"으로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시세조종으로 업체자체가 강제폐쇄돼 실직한 사람도 있다.

이들에겐 "끊임없는 분화"와 "부초"란 표현이 제격인지도 모른다.

이 때문인지 이들은 쉽게 등장했다가 쉽게 사라진다.

증시상황에 따라 돈벌이가 다른 영향이 있겠지만 자연도태의 과정도
부단히 진행된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스타"로서의 입지를 꾸준히 지키는 사설자문업자들
이 있다.

조승제, 엄도명, 김종철, 김상우, 한세구, 엄길청 등과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

물론 만추의 단풍처럼이나 각양각색인 특징을 갖고있다.

현대투자연구소(자본금 25억원)사장인 조승제씨.

건설업체에 근무하다가 지난86년 한국투자연구소로 출발, 이 업계의
개척자 또는 효시격으로 통한다.

"지난89년 대구에 강연회에 갔을때 극성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시민회관의 철문이 망가지고 사람도 다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는 회관을 저에게 빌려주지 않습니다"

기술적 분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장세를 뒤쫓아간다는 평이 조사장
에게도 붙어다닌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본적 분석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활로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에반해 기본적 분석에 진력하는 사람도 있다.

엄도명사장은 시장의 기본변수인 금리 물가동향을 분석해 주가를 예측,
종합주가지수를 잘 맞힌다는 얘기를 듣는다.

"증권정보산업이 더 유망할 것"으로 보여 89년9월 대유증권이사직을
박차고 나왔다.

엄사장은 증권분석 프로그램을 팔지 않는다.

일반투자자에게 우선 잘 먹혀들고 쉽다는 점때문에 기술적 분석이 애용
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엄사장은 그러나 종목개발에선 떨어진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투자해 손실을 봤을 땐 적은 손실로 빨리 끝내고 성공했을 땐 결정적
계기가 오도록 기다리길 주로 강조한다.

조씨와 엄씨가 원로축에 속한다면 김상우대한투자연구소사장과 김종철
대한주식정보연구소 소장은 소장파다.

김상우씨는 제도권내의 동아투자자문에 있다가 4년전 사설업계로 왔다.

그는 "제도권 사람들은 1차원적 분석에 불과한 기술적 기본적 분석에만
너무 치우친다"고 지적한다.

김상우씨는 이를넘어 기업의 사업흐름을 잡는 2차원적 분석, 시장참여자
들이 가진 힘의 에너지를 파악해내는 3차원적 분석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한국의 주가는 관치주가입니다.

돌발적인 사태를 잡으려면 퍼지이론및 카오스이론에 바탕을 두고 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는 식의 4차원적 분석이 그의 레퍼토리다.

김소장은 지난해까지만해도 김상우사장과 한 배를 타고 있었다.

분가한 이후에는 "카오스이론""트리플메소드기법"등을 합쳐 다크호스차트
라는 것을 개발, 감각적으로 움직인다는 반응을 얻고있다.

이밖에 부동산 주식 채권등에 대한 종합자산자문을 모토로 백할머니의
손자와 함께 골든힐브라더스(GHB)을 올해 만든 한세구사장과 같은 "신세대"
도 있다.

이방인인 듯한 엄길청 아태투자경제연구소 소장은 끝까지 애널리스트로
기록되길 원하면서 장외활동에 분주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