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한국화가 천경자씨(71)가 11월1~30일 호암미술관(750-7856)에서
화업 50년을 정리하는 대규모 작품전을 갖는다.

80년 이후 15년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는 42년 도쿄유학시절 그린
작품부터 꽃과 여인,뱀,최근작으로 남국의 우수와 정취를 담은 풍물화에
이르기까지 총120여점(회화 90점, 스케치 30여점)을 내놓는다.

3부로 이뤄진 이번 전시회의 제1부는 "삶과 꿈".작가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초기대작 30여점이 출품된다.

제2부 "원시에의 향수"에는 아프리카와 중남미등 세계각지를 여행하면서
느낀 정취와 풍물을 그린 작품 30여점,제3부 "스케치기행"에는 72년
문공부주관으로 월남종군화 제작을 위한 화가단에 선정돼 활약했던 시절의
작품들이 망라돼 있다.

천씨의 사연많은 삶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질 이번 전시회에는 불행한
시기에 태어나 수많은 역경과 좌절을 겪은 한 여인의 한과 고독,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정과 사랑이 바탕에 깔려있다.

최근의 작품은 슬픈 느낌에도 불구, 치밀하면서도 한층 화려해진 색감을
나타내고 있는 점이 특징.

천씨는 지나온 길을 회고하면서 인생이란 결국 슬픈 것이지만 이를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것이 예술임을 보여주고싶었다고 설명한다.

91년 "미인도"사건 이후 1년간 절필했던 천씨는 "이후 다시 붓을 들었지만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두문불출하며 작품제작에만 몰두해왔다"며 "화가로서의
일생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시대별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작품만을
모았다"고 말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