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지나침이 오히려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어느 정도 사용해 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말을 떠올린다.

인터넷의 최대장점이자 약점은 지나치게 국제적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대의 국제컴퓨터통신망이다.

전세계 1백50여개 국가와 연결되어 있으며 4천여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갖고 있다.

인터넷에는 평균 한달에 17조8천억 바이트의 정보가 흘러다닌다.

6만단어짜리 책 5억권과 맞먹는 정보양이다.

이 정보가 모든 사람들에게 전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개인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쓸모없는 정보가 많다는 얘기다.

컴퓨터통신망이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가 많을수록 보통사람들의 평균
만족도는 떨어진다.

컴퓨터통신망의 제1원칙이다.

인터넷을 통해 국제간 전자우편을 교환하는 사용자는 전체사용자의
1%미만이다.

99%는 자국PC통신망이나 사내전자우편을 이용한다.

인터넷홈쇼핑 기능을 통해 외국에 물건을 주문하는 사람은 그보다 더 적다.

시장성이 있는 물건은 외제라도 이미 동네 구멍가게에까지 다 들어와있는
세상이다.

세계 최대의 국제통신망인 인터넷은 그 이름값을 하기 위한 낭비의 요소도
많다.

예를들어 서울에서 이웃집에 있는 친구에게 인터넷을 이용해 전자우편을
보낸다면 사용자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그 전자우편은 일본 홍콩을 지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호스트컴퓨터까지 갔다가 다시 역순으로
되돌아온다.

심한 경우에는 하나의 전자우편이 1백여개 이상의 호스트컴퓨터를 거쳐
배달되는 경우도 있다.

정보자원의 과다소비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만큼 전자우편물의 분실도 잦다.

인터넷이 안고 있는 문제점중 하나다.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타임지나 워싱턴포스트를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같은 정보를 모두 품안에 안음으로써 보통사람들에게
"정보소화불량증세"를 일으킨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인터넷을 국제화의 선전도구로 삼음으로써 국내PC통신과
지역정보통신망의 발전과 투자를 소홀히하는 경향이다.

국제화는 건강한 지방자치와 분권화에 의해 완성된다.

인터넷은 튼튼한 국내PC통신망과 지역정보망의 기초위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김승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