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현서 < 무공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장 >


남미는 분명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이다.

잦은 정권교체와 높은 인플레로 정치 경제상황이 불안하고 특히 환율이
시시각각으로 변해 장사하기 어렵다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최근 정치 경제상황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면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미는 그러나 서남아나 아프리카 시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경쟁상대가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폐루는 예외이나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보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미국등
구미국가들이 수입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남미시장에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들 나라와의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

두번째는 수출상품의 다양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품의 다양화는 물론 어디든 해당되는 얘기다.

그러나 남미는 경기변동의 진폭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에서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있는 상품의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셰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없다.

여기서 특히 고려해야할 사항은 각국이 공공써비스관련 인프라구축에
적극적 이라는 점.

아르헨티나를 보자.

이나라의 통신산업은 이미 92년에 민영화가 종료돼 그운영권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등의 통신회사 컨소시엄에 넘어가 있다.

당연한 결과로 통신기기제품의 공급권은 이들 국가 기업의 수중에 들어가
있다.

이런 벽을 뚫고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선 현지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일본 NEC가 통신회사 주주회사의 하나인 페레즈 꼼빵사와 합작해 현지회사
를 만든게 좋은 예다.

세번째는 원론적인 지적이지만 광고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구미세가 판을 치고있는 만큼 남미에서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다.

자동차와 가전이 어느정도 알려져 있을 뿐이다.

게다가 현지조립으로 나오는 가전제품의 경우엔 품질이나 유행에서 국내
완제품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가지고는 남미시장을 공략할 수없다.

남미는 한때 한국보다 잘 살았던 나라들이다.

소비수준이 한국보다 결코 낮지 않다.

네번째는 남미공동시장의 발효에 따른 구조변화를 제대로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미공동시장의 발효로 브라질 제품이 아르헨티나로 넘어오는데는 아무런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브라질 제품과 아르헨티나에서 경쟁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특히 브라질에서 많이 생산되는 중소기업형 제품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
으론 남미수출을 늘릴 수없다.

제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

물론 남미공동시장의 발효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인건비가
낮은 나라에 현지공장을 세워 다른 나라는 공략하는 전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