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동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은 전혀 이상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리의 추가하락이 기대되는등 예상밖의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다.

주식시장도 별 동요는 없는 분위기다.

통상 과거의 정치 사회적 격변기에는 금리가 급격히 뛰어오르는등 자금
시장이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현격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계에선 이를 자금시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단기자금이 움직이는 콜시장의 하루거래대금이 3조~5조원에 이르고 있는데
1천7백억원정도의 비자금은 영향을 미칠 여지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표적인 실세금리인 3년만기회사채유통수익율은 박계동의원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 첫 언급했던 지난 19일 연12.18%에서 20일엔
연중 최저치인 연12.03%로 떨어졌다.

비자금이 노전대통령으로 확인된 뒤인 23일과 24일 금리가 조금 올랐으나
이는 비자금때문이라기보다는 25일 부가가치세 납부를 앞둔 일시적 상승
이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있다.

회사채수익률은 결국 부가세납부이후 다시 떨어져 지금은 연12.05%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단기금리인 하루짜리 콜금리도 25일 연12%선까지 오르는 양상을 보였으나
곧바로 연11%대로 떨어졌다.

사채시장도 지난달까지는 대기업 A급어음의 경우 월1.26%에 거래됐으나
최근들어 월 1.25%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관계자들은 앞으로 "주가"의 향방이 자금시장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권의 파동으로 주가가 급락, 주식시장이 경색되면 증권사의 자금이
부족해지고, 결국 증권사들이 시중자금을 끌어당기면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시장도 아직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전통적으로 작은 정치적 이슈에도 민감하게 방응해 왔다.

따라서 향후 정국의 불투명성을 감안해 볼때 증시는 물론 자금시장 전체에
대해 느긋한 마음을 갖고 편한 자세로 있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
하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