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박영훈연희동비서관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소명자료가 담긴
"노란색 봉투"를 검찰측에 제출함에 따라 검찰의 노전대통령 비자금 수사는
이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검찰은 이를 계기로 노전대통령을 직접조사하기 위한 사전절차를 마치게
됐음은 물론 향후 수사대상과 사법처리 수위에 대한 밑그림도 완성할 수
있게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소명자료를 손에 넣게 됨으로써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에
본격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강민대검 중수부장이 29일 "노전대통령을 두번 조사할 수도 있다"
는 말에서 잘 나타나 있다.

안중수부장의 말은 소명자료의 검토후 노전대통령을 1차 조사한 뒤 돈을
준 대기업및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조사, 이를 근거로
노전대통령에게 재차 혐의를 추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한보그룹 정태수회장이 동화은행에 예치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중 3백억여원을 실명화한 장본인으로 밝혀진 것도 기업인 수사에
대한 검찰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것이다.

노전대통령이 빠르면 31일~11월1일중 검찰에 출두한다고 볼때 서초동
대검 청사는 금주내내 검찰에 소환된 대기업 총수들의 고급 승용차로
줄을 이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조사 대상에 오르고 있을까.

또 그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어떻게 될까.

박비서관이 제출한 "노란색 봉투"에 자칫 "생살부"가 될 수도 있는
기업들의 리스트가 포함돼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대선자원지원부분과 기업체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지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무관하게 비자금 계좌추적과 과거 수사자료를 통해
대상 기업의 목록을 이미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이에관련,"항간의 소문대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에 국내
30~50대 대기업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관계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비자금에 연루된 모든 기업들이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검찰은 그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6공 시절 대형이권사업을 따 낸 기업이나 그 당시 급성장한
기업들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검찰이 특히 노전대통령을 상대로 6공당시 원전건설사업을 비롯
신공항건설사업 고속전철사업 제2이동통신사업등 이권과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대형공공사업과 관련해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았는 지의 여부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에대한 노전대통령의 진술내용이 미흡할 경우 이미 파악해놓은 대상
기업목록을 토대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한 기업체중 6공당시 대형공공사업과
이권사업에 연루돤 10여개 기업체의 명단을 이미 확보, 이번주내에 소환
한다는 관측도 검찰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여튼 노전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이 기업인들을 상대로한 돈의
성격규명에도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전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하더라도
관련 기업들에게 일률적인 사법처리가 가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돈의 성격이 특혜나 이권등 "반대급부"가 따르는 뇌물성으로 드러나고
그 규모도 클 때 강도높은 사법처리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보험금"성격의 정치자금이나 관행적인 "떡값"에 대해서는 별도
기준이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