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과 엘지반도체의 기업공개가 추진되고있다.

재경원은 규정을 고쳐서라도 이들 양대사의 기업공개와 상장을 조속히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통은 추가적인 주식매각 없이 지난해까지 매출한 주식을 직상장 시킨다는
전략이고 엘지반도체는 20%선 이하의 신주공모로 기업을 공개한다는 계산
이다.

재경원이 검토하고 있는 상장규정 개정안은 신주 공모비율을 현행 30%에서
20%-10%로 낮추고 소액주주수가 1만명이상,공모주식수가 1천만주 이상이면
기업의 공개와 상장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자본금이 큰 대기업들과 민영화 대상 공기업들의 상장을 원할히 하자는
목적임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물량부담을 이유로 언제까지 기업공개를 묶어 둘 수는 없다는 것도 당국의
판단이다.

더구나 한통의 경우 95년말까지 상장키로 정부가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도
있어 무작정 미룰수 없는 과제도 됐다.

자본금이 수천억원 이상인 대형기업들에만 적용될 이같은 공개 규정은
그러나 상당한 논란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증시공급물량을 늘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통의 경우 이미 일반에 매각된 물량만도 2천9백만주에 이르고
주당 5만원씩 계산하면 1조4천5백억원 어치의 주식이 공급되는 셈이다.

더구나 일반 주식 매입자들은 한통주식이 증시에 상장된 이후 어느 싯점
에선가는 매각해버릴 것이 예상되어 있기 때문에 1조4천5백억원 전체가
실제 공급 물량이라 해 과언이 아니다.

엘지반도체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회사는 자본금이 2천9백83억원으로 공모가를 2만원,공모비율을 20%로
잡아도 총공급 규모는 2천4백억원대에 달한다.

이같은 공개규모는 최근들어 가장 많은 규모다.

증권계에는 이정도의 물량을 흡수하려면 고객 예탁금이 적어도 3조원
이상은 되어야 하고 증시주가가 1천3백포인트 선은 도달해야 가능할 것
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물론 정부는 공모비율을 줄이는 만큼은 공급물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단 상장된 후엔 싯가총액과 거래대금의 상당부문을 이들 초대형
기업들이 차지하리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전의 경우 싯가총액이 20조원에 달해있고 포철 역시 6조원 이상의 싯가
총액을 기록해 이들 민영화 기업들의 증시 영향력이 단순히 공모규모에 국한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량 부담외에 또하나의 문제는 소량의 주식분산으로도 기업이 상장되게
되면 대주주가 지나치게 많은 창업자 이득을 차지하게 된다는 일부의 반론
이다.

창업자 이득 문제는 그동안 우리증시에서 가장 논쟁이 치열했던 문제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필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공모주 발행가가 규제되고있는 현실에서는 공모비율이 낮아지는
만큼 대주주의 창업자 이득분은 높아 질 수 밖에 없다.

실제 그동안의 우리나라 기업공개 정책은 우량기업의 공개촉진과 창업자
이득의 억제라는 모순된 목표를 추구하느라 우와좌왕 해온 과정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예를들어 현대중공업의 공개는 우리증시의 위상을 위해서도 그렇고 투자자
들에게 우량주식을 공급한다는 면에서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거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의 공개가 증시 유동성을 잠식하고 당장의
증시분위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문제는 결코 간단치 않은
것이다.

정부는 상장후 일정싯점까지는 대주주가 물량을 쏟아부을 수 없도록
보완책도 마련할 방침이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물량대책을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