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사건과 자금시장은 완전히 "따로국밥"인 것같습니다"

노태우 전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파문에도 불구, 자금시장이 이상하리 만큼
안정세를 보이는 데 대한 금융계의 반응이다.

더욱이 월말인 31일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연12.0 3%로 지난21일의
연중 최저치를 반복, 연11%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자금시장 전문가들은 자금수요가 줄어드는 11월초에는 회사채 수익률이
연11%대로 떨어져 "비자금 파문 속의 자금풍요"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
했다.

회사채 수익률은 비자금 사건직후인 지난 23일부터 속락세가 멈추고 30일
까지 일시적으로 반등, 연 12.0 5~12.1 0%선에서 형성됐었다.

그러나 월말인 이날 회사채 발행물량이 2백50억원에 그친 데다 다음달
회사채 발행물량도 예상보다 8천3백여억원 적은 2조6천2백억원으로 결정돼
채권값이 상승(수익률 하락)을 보였다.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은 이날 연12.0 2%로 올들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콜금리는 월말의 자금 사정을 감안 연11.5~11.7%로 전날보다 0.2%포인트
오르는 분위기를 보였다.

비자금 파문직후 우려됐던 일부 기업의 자금가수요 현상도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제일투자금융 홍성기 금융본부장은 "대기업과 우량 중견기업들이 경기하강
국면을 감안, 설비 투자규모를 줄이고 있어 자금시장이 비자금 파문에 동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부 한계기업이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올봄부터
겪어온 "풍요 속의 빈곤",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비자금 파문이후 더욱
실감나게 느끼고 있다.

은행 투자금융등 금융기관들이 이들 위험기업에 대한 대출을 극도로
꺼리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명동이나 강남 영등포지역 사채시장의 거액 전주들이비 자금
사건이후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어음할인을 통한 급전유통도 한결 어려워
졌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