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1일 서울 서초동의 대검찰청은 초긴장상태와
함께 미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데다온 국민의 시선이 검찰의
조사과정을 지켜보고있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앞에는 노전대통령의 소환 2시간전인 1일 오전8시부터
청사주변과 지하철역등에 모두 6개중대 7백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

또 서초경찰서 직원 20여명도 청사정문입구에 배치돼 시위대나 흥분한
시민들이 담을 뛰어넘어 청사로 들어가려는 노전대통령에게 달려들거나
계란을 던지는 것과 같은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

그러나 검찰주변에서는 노전대통령이 당초 계획대로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귀빈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것을 두고 "사실상 피의자와 마찬가지인
노씨가 납득할수없는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을 보니 또한번 분노가 치민다"
고 성토.

<>.오전 9시46분께 청사출입문을 지난 노전대통령은 청사로비에서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검찰총장 전용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실로 직행.

이자리에서 노전대통령이 안부장에게 "내 문제로 괴로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오늘 청사주변이 시끄러워 더욱 어려움이 많겠습니다"고 말문을 열었다는
후문.

노전대통령은 안중수부장과의 대화를 끝낸후 10시3분께 조사실인
1113호로 자리를 옮겼다.

<>.노전대통령은 이날 오후1시께 11층 특별조사실에서 문영호대검중수
2과장등과 함께 점심식사직전 연희동에서 날라온 생선초밥으로 점심을
들었다는 전언.

검찰은 문중수2과장이 노전대통령을 단독조사한다는 당초 방침을 바꿔
김진태검사와 입회계장등 3명이 조사에 참여토록 했다고 발표.

<>.안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조사내용은 함구.

그러나 친인척의 부정축재의혹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해외재산은닉
등에 대한 질문이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

노전대통령은 검찰수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다" "잘 모르겠다"
등으로 짧막하게 답변하면서도 대체로 성실하게 심문에 응하고있다고
검찰측은 설명.

안부장은 또 귀가시점을 묻는 질문에 "노전대통령이 범죄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했다"며 "조사는 오후늦게까지 계속되겠지만 24시간을
넘길 지는 미지수"라고 답변.

검찰측은 또 11층에 설치된 폐쇄회로가 설치돼있지만 아무도 보지않고
있으며 검찰총장실에도 개방돼있지않다고 주장.

<>.노전대통령이 검찰에 출두된 직후 강력및 특수수사 전문통으로 알려진
홍준표변호사가 모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고위인사
조사진행과정을 상세히 소개해 눈길.

홍변호사는 "범죄사실이 입증되기전까지는 단지 조사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마 노씨에 대한 조사과정상의 호칭은 "각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특수조사실에서의 조사로 해도 다른 검찰수사와 별다른 것은
없다"고설명.

그는 또 노전대통령을 조환조사하고있는 문영호중수2과장에 대해 "대단히
훌륭한 검사"라고 치켜세운뒤 대검수사팀 모두 최고의 수신진용이라고 격찬.

그는 이어 "노씨가 조성한 자금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정확한 경위가 밝혀져야 알겠지만 일단 뇌물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본다"
며 노씨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

< 윤성민.한은구.송진흡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