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강민 검사장)는 1일 오전 노태우전대통령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소환, 5천억여원의 비자금 조성경위와 사용처등에 대해
집중조사했다.

전직대통령이 재임기간중의 부정축재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것은 헌정
사상처음있는 일이다.

노전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45분께 서울 2프 2979호 검은색 그랜져
승용차편으로 대검청사 현관에 도착,보도진들에게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짤막한 한마디를 남기고 곧바로 7층 안강민 대검 중수부장실로 향했다.

노전대통령은 "비자금을 전달한 기업인은 누구인가", "비자금이 이권및
특혜와 관련된 것은 아닌가"등 보도진의 질문에 대해 일체 답변하지 않았다.

노전대통령은 안중수부장실에서 안중수부장, 이정수수사기획관, 김유후
변호사등과 10여분에 걸쳐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눈 뒤 오전 10시께 11층
특별조사실로 올라가 이번 사건의 주임검사인 문영호 중수2과장과 김진태
검사의 직접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70여개의 질문사항을 중심으로 노전대통령에 대해
정확한 비자금 규모및 조성경위, 사용처, 관리방식등에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6공시절 율곡사업등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에서 노전대통령이 직위를 이용, 기업들로부터 대가성 뇌물을 받았는지
<>비자금의 일부를 스위스은행등 해외로 빼돌렸는지 <>친인천 관련 비리가
있는지 여부등에 대해 중점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돈을 준 기업들의 명단을 노전대통령의 진술을 통해 확보
하는데 신문을 집중했다.

노전대통령은 그러나 자금을 제공한 기업인들의 신원및 비자금이 대선
자금으로 들어갔는지등에 대해서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그러나 노전대통령이 질문사안별로 "모르겠다" "말할 수
없다" "기억이 잘 안난다" 등의 말을 바꿔 써가며 시종일관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노전대통령은 또 비자금의 성격과 관련, "기업인으로부터 성금 형식으로
재임중5천억여원의 통치자금을 조성해 현재 1천8백억원이 남아있다"며
대국민사과성명과 소명자료의 내용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이뤄짐에 따라 이번 주내로 돈을
준 기업인중 이권사업과의 연루의혹이 있는 기업인 10여명을 선별,
본격적인기업인 소환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검찰은 또 계좌추적과 이들에 대한 조사가마무리되는 대로 노전대통령을
다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안중수부장은 노전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추가자료를 갖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