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공신력회복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노전대통령이 1일 검찰에 출두함으로써 비자금파문은 극대화됐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제 비자금파문에서 한발 벗어날수 있게됐다고
보고 있다.

비자금파문이 사건초기 금융권의 계좌추적에서 이제 정치권의 대선자금
공개여부와 재개에 대한 수사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판단에 따라 은행들은 비자금파문으로 실추된 공신력을 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비록 은행과 은행원이 비자금파문의 "조연"역할을 하는데 그쳤다하더라도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이미지는 상당히 훼손된 게 사실이다.

따라서 비자금수사의 확대에 관계없이 은행이미지를 새롭게 하는게 시급한
과제라고 대부분 은행들은 인식하고 있다.

은행들이 강구하고 있는 이미지 쇄신책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번째가 고객에 대한 신뢰회복방안 마련이다.

이번 비자금파문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신한은행은 "신한은행은 여전히
믿을만하다"는 것을 집중 홍보키로 원칙을 정했다.

물론 아직 나응찬행장등 관련인사들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이미지 쇄신책을 마련하는건 시기상조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친절은행"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성장이 마치 정치권의 비호에 따른
것이었던 양 비춰지고 있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신중전무는 "일단 비자금사건이 종결기미를 보이면 "이미지쇄신팀"을
구성해 대대적인 고객사은행사를 실시하는 방안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예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 동화은행도 전반적인
이미지쇄신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비자금파문은 지난 93년 안영모행장사건의 연장이라는게 동화은행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비자금파문에 연속으로 휩싸임으로써 은행이미지는 상당부분
퇴색한 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동화은행 직원들은 한결같이 은행이름을 바꾸는 것을 포함,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업은행도 비자금사건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내부적으론 억울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호소할데가 없다.

오로지 서비스개선밖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상업은행은 이에따라 오는 9일 "고객사은의날"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또 16일엔 고객 1백명을 호텔롯데로 초청,"건강과 세제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배찬병전무는 "지속적인 업무개선을 통해 서비스가 뛰어나고 깨끗한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고객이미지 쇄신과 함께 내부교육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사건에 다시 휩쓸리지 않기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은행원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나 보람은행은 이를 위해 "고객비밀보호제"를 더욱 강화키로 했다.

제일 동화 한일 서울은행등도 아무리 거액예금이라도 출처가 불분명하면
재고토록 지시해 놓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실명제를 비롯한 각종 법규를 철저히 준수토록 교육하고
있다.

은행관계자들은 은행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은행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임원인사를 좌우하고 청탁대출이 횡행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힘없는" 은행들로선 이같은 정치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임원은 "아직도 외부에서 임원인사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최근엔 정치권으로부터 대출청탁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력이 금융을 사유화할수 있다는 시각을 버리지 않는한 은행들은
대형 정치사건의 또다른 피해자가 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