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노태우 전대통령 일행이 연희동 사저를 출발, 서초동 검찰청사로
출두하기까지 20분간의 호송작전은 외국 영화에서나 있음직한 "첩보전"을
방불.

경호팀은 경찰간부 1명만을 호위차량에 동승시킨채 즉석에서 무전을 통해
즉석에서 "코스"를 만들어나갔다.

방송취재진은 헬기까지 동원, 입체 취재에 나섰으나 카메라 한번 대보지
못하고 무위.

예상을 깨고 수십여대의 국내외 취재 차량을 따돌린 이날 호위작전은
노씨와 최석립 전경호실장을 태운 검정색 뉴그랜져 승용차가 골목을
빠져나온 직후부터 시작됐다.

오전 9시24분께 연희동 사저를 출발한 검정색 뉴그랜져 승용차와 2대의
브로엄호위차량은 홍연교 방면을 거쳐 시내를 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좌회전, 서대문 홍연교 방면으로 직행.

당황한 취재차량 상당수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일부 차량이 노씨 일행의
뒤를 바짝 따라붙자 화장터길에 이르러 어디선가 경호차량 2대가 갑자기
나타나 취재차량을 가로막았다.

이어 경호차량이 지그재그로 취재진의 추격을 막으며 노씨의 그랜져를
앞뒤로 호위, 순행하던 중 무악재길에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듯 경호팀이 즉시 차창밖으로 상체를 내밀고 붉은색
손전등을 휘젖자 교통겨알의 차량통제가 시작됐고 주차장을 연상케했던
차량흐름이 한순간에 갈라져 순식간에 통로를 만들어냈다.

이 도로를 타고 혼잡을 빠져나온 5대의 차량은 이후 "버스전용차선"을
신나게 달렸으나 경찰청 앞길에서 예상치못한 신호대기에 부닥쳤다.

그러자 경호차량에 동승했던 경찰간부가 즉석에서 무전으로 신호를
풀 것을 지시했고 이 명령은 시경 교통관제센터로 연락돼 검찰청사에
도착하기까지 노씨 일행은 "푸른 신호등"을 받고 막힘없이 질주, 불과
20분만에 검찰청사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던 것.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