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익률이 21개월만에 연 11%대에 진입했다.

1일 채권시장에선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연 11.95%로 전날보다
0.08%포인트 떨어졌다.

또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도 하루전에 비해 0.07%포인트
하락한 연 11.95%를 나타냈다.

회사채 수익률은 94년2월15일의 연 11.95%이후 21개월만에, CD수익률은
지난해 2월22일의 11.70%이후 20개월만의 최저치이다.

노태우전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1일 회사채수익률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연12%"를 깨고 내려왔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되는 5년만기의 국민주택채권은 연10.65%로
"한자리수"를 향해 치닫고 있다.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자금시장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

자금시장관계자들은 하루에 수십조원이 거래되는 자금시장에서 5천억원
짜리 사건은 그야말로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생각은 오히려 "미래"쪽에 있다.

금리가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이냐가 관심사일뿐이다.

자금시장에선 올 연말까지는 물론 내년 설(2월하순)때까지도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같은 "안정대세론"에는 물론 여러 근거가 있다.

우선 가장 큰 자금수요처인 기업들이 돈 쓸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하반기들어 경기확장이 둔화되면서 큰 돈이 들어가는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수출증가율이 35%선을 기록하는등 수출호조로 기업의 "현금흐름
(캐시플로우)"은 매우 좋은 편이다.

금융기관에 손을 벌리기는 커녕 오히려 자금을 들고와 맡기는 쪽이다.

기업들이 그나마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나 주식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
하는 주요 요인이다.

대출(간접금융)로 나가야 금융기관자금이 오히려 채권을 사는데 쓰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올들어 10월말까지 회사채발행을 통해 9조1백억원(순증기준)을
거둬갔다.

작년 같은 기간(7조5천억원)보다 20% 늘어난 규모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5조원에 육박하는등 작년(4조3천억원)보다
늘었다.

금융당국의 여유있는 통화운용도 물론 한 몫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추석이후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 시중의 통화
환수우려가 상당히 씻겨졌다는 점이다.

이는 곧바로 기업들의 가수요를 없애 금리를 더욱 떨구는 요인으로 작용
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앞으로 금리는 더욱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란게
금융가의 분석이다.

증권사관계자들은 "당초 회사채수익률이 11월 중순께 연11%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의외로 일찍 들어섰다"며 "연11.5%선까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연말에 자금수요가 집중될 경우 다소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물론 이 경우도 "연12%초반에서 움직일 것"(박재환한은 금융시장실장)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런 "안정대세론"은 주식시장의 안정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비자금파문으로 정치권의 격변이 일어나는등 파장이 예상보다 클 경우
증시가 급락하면 자금시장도 안정세을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가가 빠지면 증권회사등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져 자금을 급히
조달하려고 애쓸 것이고 그러면 금리가 오를 것이란 논리다.

노전대통령의 파문은 여전히 자금시장의 복병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