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대유증권 경제연구실장>

우리가 흔히 운전을 잘한다고 이야기할 때 앞만 잘 보고 달리는 사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옆차선이나 뒤에서 달려오는 차까지도 잘 살필 수있으며
심지어는 반대방향에서 차선을 침범해 달려오는 경우까지도 가상해서
방어운전을 할 수있을 정도가 되어야 운전을 잘한다고 할 수있다.

다시말해 혼자서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다른 차가 달려와서 부딪쳐
버리면 만사는 끝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는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증권시장의 주변여건을 살펴보지도
않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주가만 오르기를 기대하며 투자에 나선다면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없다.

더구나 요즈음처럼 비자금파문과 같은 돌발악재로 인해 장세가 짙은
불투명감에 빠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나름대로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를 하려고
노력하던 투자자의 경우 "가만히 있는데 다른 차가 달려와서 박아 버린"
꼴이 되고 만 셈이다.

그러나 장외 돌발악재는 장세의 궁극적인 방향성을 꺾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때일수록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여건을 한번쯤 짚어보며 자신의
투자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기본적 분석입장에서 경기흐름을 살펴보면 경기가 정점을 지나
수축기에 접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경기연착륙이 기대되고 또 시중실세
금리도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상승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술적 분석상으로도 현재 조정을 받고 있는 종합주가지수가 장기추세
지지선인 950선위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출렁임에도
불구하고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의 돌발악재에도 불구하고 전체 장세를 일단 상승기조선상에서
접근하게 되면 일시적인 급락세에 편승해 경솔하게 주식을 매도하기 보다는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식을 싼 값에 매수할 수있는 기회로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거지가 되어 깡통차는 건 용서할 수있어도 주식투자하여 깡통하는 건
용서할 수없다"거나 "부도난 주식 싸게 사는 건 용서할 수있어도 부도날
주식 비싸게 사는 건 용서할 수없다"는 등의 우스갯 소리도 있듯이 주식
투자에는 갖가지 위험도 많고 걱정도 많다.

하지만 복잡한 증시도 얽힌 실타래플 풀듯이 신중히 접근해가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낼 수잇고 또 투자위험도 줄일 수있으므로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투자의 지혜가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