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파문 관련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시기와 대상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세무조사가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대상 기업은
최소화돼야 할 것이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지난 1일 홍재형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범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업체까지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힘써야 할 때에 비자금 파문으로 경제가
위축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세무조사라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세청도 그동안 세무조사에 대해 매우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검찰이 조사중인 사안에 대해서 국세청이 세무조사여부나 범위를 거론한다
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세무당국이 세무조사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할 경우 수사중인 검찰에 부담을
지운다는 점이 입장표명을 꺼리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무조사 시기에 대해서는 "검찰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일관된 입장을 보여줬다.

세무조사가 이뤄진다해도 비자금 제공기업에 대한 일괄조사는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2일 한때 국세청 관계자가 "비자금의 성격이 정치자금으로 판명된다
해도 탈루혐의가 있을 경우 세무조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정부내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됐고 그에따라 세무조사 대상의 확대 개연성을
내비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발언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원칙선의
처리를 강조한 실무자의 의견으로 판명됐다.

한편 국세청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세무조사등은 윗선에서 판단해줄
문제"라고 언급, 정치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검찰조사결과 특정사업과 관련해 특혜를 대가로 비자금을 제공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죄가 적용되는 기업은 자금출처및 세무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보처럼 비자금을 실명전환해 주는등 불법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기업들은 검찰조사와 세무조사가 병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