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었던 지난15일 서울 서초구 반포4동에 자리잡은 1백평규모의
한 2층 양옥집.

집주인인 삼성석유화학의 박웅서사장이 "손님" 모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손님은 1시간전까지만해도 회사에서 같이 있었던 삼성석유화학의
임직원들.

본사 임직원 전부를 초청하는 "전사적인" 집들이 행사를 가진 것이다.

사장이 임직원을 모두 다 초청해 집들이를 하는 것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도 흔치 않은 일.그런데 6천억원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는
대기업그룹 계열사에서 이같은 전사적인 집들이가 가능한 것은 장치산업
이라는 업종특성때문이다.

이 회사의 임직원수는 4백50명이다.

이가운데 사택생활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가족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된
공장근무자를 제외하면 서울 본사의 인원은 80명에 불과하다.

"경영혁신운동의 하나로 회사차원에서 집들이 행사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총무팀 성완제과장) 집들이의 음식비용과 노래방기기까지
회사에서 지원한다.

그러나 바쁜 도시생활탓인지 예상외로 집들이행사 실적은 지지부진
해왔다는것.

결국 이번에 박웅서사장이 집수리를 한것을 계기로 전사원을 초청한
집들이로 시범을 단단히 보여 주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석유화학이 이처럼 "집들이"를 강조하는 것은 삼성그룹의 조기출퇴근
(7-4제)제도를 보완해 보자는데서 시작됐다.

조기출퇴근으로인해 사원들이 오후의 여유 시간을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나 외국어공부같은 자기개발에 대거 할애할 수 있게 되면서 자칫
서구의 개인주의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박사장의 판단이었다.

이에따라 조직내의 화합을 도모하는 "특효약"으로 전사적인 집들이 행사를
처방한 것이다.

물론 집이 좁은 사원은 팀단위의 집들이를 가지면된다.

경영혁신방안을 아주 거창하고 복잡한 것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