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34) 제7부 영국부에 경사로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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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이 대련을 지어 읊자 가정이 무슨 약점을 잡았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대련은 말이다, "파초잎에 글을 쓰니 글씨조차 푸르도다"는
옛시를 흉내낸 거라서 좋지 않아"
"두구풀 읊는 시 오히려 아름답고"에서 성자와 유자가 들어가는데,
파초 운운한 시에도 그 두 글자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보옥이 무안을 당하는 것을 본 문객들이 보옥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태백 같은 대시인의 "봉황대"도 순전히 최호의 "황학루"를 본뜬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이태백의 시가 훨씬 나은것을 보면 문제는 본을 뜨더라도
잘 뜨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저희들이 볼때는 보옥 도련님이 지은 대련 시구가 파초 운운한 시보다
더 생동감이 있어 오히려 파초 운운한 시가 보옥 도련님의 시를 본뜬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가정은 기가 찬 듯 껄껄 웃으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원, 별 말씀을.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일행이 거기서 좀 더 나아가니 고층 누각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부둥켜 안은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는 전각들, 구불구불
뻗어나간 복도, 처마 끝을 건드릴 듯 솟아 있는 푸른 소나무, 섬돌을
곱게 두르고 있는 옥난간, 짐승의 머리를 새긴 황금빛 돌조각,
오색찬란한 용의 머리 등등 그 누각은 웅장하고 화려하였다.
"이곳이 정전이로군. 근데 이건 너무 화려하지 않은가"
가정이 감탄의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그러나 문객들은 의견이 달랐다.
"후비 별채라면 이 정도는 꾸며야지요.
후비께서 원래 사치한 것을 싫어하시는 성품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후비가 되신 귀한 몸인데 적어도 이만큼은 대접해드려야지요"
이런 말들을 주고 받으며 정전으로 다가가니 문득 옥석으로 만든
거대한 방패 같은 것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 위에는 뿔 없는 용이 뿔 있는 용을 보호하는 형용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정전은 무어라 이름을 지어 편액에 써넣는 것이 좋겠소?"
가정이 문객들을 둘러보자 문객들은 정전의 이름인지라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신중한 태도로 누각의 구석구석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보옥은 이상하게도 이 누각을 어디서 본 듯하여 이맛살을 찌푸리기까지
하며 기억을 되살리려 하였다.
"봉래선경이라 하면 어떻겠습니까?"
한 문객의 말에 보옥은 화들짝 놀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
지었다.
"그 대련은 말이다, "파초잎에 글을 쓰니 글씨조차 푸르도다"는
옛시를 흉내낸 거라서 좋지 않아"
"두구풀 읊는 시 오히려 아름답고"에서 성자와 유자가 들어가는데,
파초 운운한 시에도 그 두 글자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보옥이 무안을 당하는 것을 본 문객들이 보옥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태백 같은 대시인의 "봉황대"도 순전히 최호의 "황학루"를 본뜬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이태백의 시가 훨씬 나은것을 보면 문제는 본을 뜨더라도
잘 뜨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저희들이 볼때는 보옥 도련님이 지은 대련 시구가 파초 운운한 시보다
더 생동감이 있어 오히려 파초 운운한 시가 보옥 도련님의 시를 본뜬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가정은 기가 찬 듯 껄껄 웃으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원, 별 말씀을.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일행이 거기서 좀 더 나아가니 고층 누각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부둥켜 안은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는 전각들, 구불구불
뻗어나간 복도, 처마 끝을 건드릴 듯 솟아 있는 푸른 소나무, 섬돌을
곱게 두르고 있는 옥난간, 짐승의 머리를 새긴 황금빛 돌조각,
오색찬란한 용의 머리 등등 그 누각은 웅장하고 화려하였다.
"이곳이 정전이로군. 근데 이건 너무 화려하지 않은가"
가정이 감탄의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그러나 문객들은 의견이 달랐다.
"후비 별채라면 이 정도는 꾸며야지요.
후비께서 원래 사치한 것을 싫어하시는 성품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후비가 되신 귀한 몸인데 적어도 이만큼은 대접해드려야지요"
이런 말들을 주고 받으며 정전으로 다가가니 문득 옥석으로 만든
거대한 방패 같은 것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 위에는 뿔 없는 용이 뿔 있는 용을 보호하는 형용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정전은 무어라 이름을 지어 편액에 써넣는 것이 좋겠소?"
가정이 문객들을 둘러보자 문객들은 정전의 이름인지라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신중한 태도로 누각의 구석구석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보옥은 이상하게도 이 누각을 어디서 본 듯하여 이맛살을 찌푸리기까지
하며 기억을 되살리려 하였다.
"봉래선경이라 하면 어떻겠습니까?"
한 문객의 말에 보옥은 화들짝 놀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