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기전을 신설, 바둑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
다.

삼성그룹의 삼성화재는 총예산 10억원의 세계바둑대회를 내년에 출범시킨다

예산 10억원은 현재 열리는 세계대회중에서 가장 큰 규모.동양증권배 6억원
진로배 4억원, 후지쯔배 3억원, 4년마다 열려 바둑올림픽이라 불리는 응창기
배도 7억원(우승 3억2천만원)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화재는 현재 세부사항을 한국기원과 협의중인데 파격적으로 대국료를
책정해 기존대회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응창기배세계대회보다 우승상금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
다.

대국방식은 국가별 출전기사 할당은 있지만 본선시드 없이 모두 예선부터
참가하는 녹다운 토너먼트제를 채택할 예정이다.

삼성의 참여로 국내 4대 그룹중 현대를 제외한 3개그룹이 기전을 후원하게
됐다.

이중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대우다.

김우중 회장이 한국기원총재직을 맡고 있는 대우는 국내기전 5개를 후원하
고 있다.

LG그룹은 총예산 2억원의 테크론배를 지난 9월 창설했다.

현대는 지난 9월 "이창호-류시훈특별대국"이 성황리에 끝나자 년간 한차례
씩 이벤트대국을 후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전창설을 위해 한국기원과 여러번 접촉하는등 관심이 많다는 것이
바둑가의 관측이다.

한편 다음달 1일부터 본격방송예정인 바둑전문 케이블방송인 B-TV도 8억원
대의 대회를 계획하고 후원사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최대기전의 예산이 2억3천만원임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규모다.

B-TV는 특히 이대회를 중국과 일본기사에게 본선할당을 배정(나라별 2-3명)
하는 오픈대회로 치를 계획이다.

오픈대회는 한때 일본기원에서 검토한 것으로 자국기사가 우승하리라는 자
신감이 있을때 가능한 대회방식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기전을 만드는 것은 바둑에 대한 인식이 좋
아지고 바둑인구도 늘어 문화사업에 투자한다는 명분과 홍보효과를 동시에
달성할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

최근 삼성물산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인의 벤치마킹대상"조사에서
조훈현구단은 김영삼대통령, 이건희 삼성그룹회장등과 함께 주요 벤치마킹상
대로 거론돼 높아진 바둑의 위상을 보여줬다.

한국기원관계자는 "기전창설을 문의하는 기업의 요구를 거절하느라 곤혹스
러울 때가 있다"고 전한다.

소규모기전의 탄생은 프로기사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돼지 못한채 대국수만
늘리는 부작용이 있어 선뜻 응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한 바둑인은 "대형기전의 탄생으로 군소기전이 자연스레 도태되는 등의 변
화가 예상"된다며 "바둑계가 이를 발전적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