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T가 한국산 D램에 대한 원심 덤핑마진율을 수정함으로써
국내업계는 "명예회복"과 "안정적인 수출발판 마련"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얻게 됐다.

국내반도체 업계는 지난 93년 최대 87.4%의 덤핑마진율을 받아 "불공정
거래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지난 80년대 중반 일본 업체들이 덤핑공세를 펴 미국반도체산업의 씨를
말렸던 것을 예를 들며 미업계는 한국을 "제2의 일본"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원심덤핑마진율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이같은 불명예는
완전히 씻게됐다는 것이다.

명예회복과 함께 국내업계가 얻은 수확은 대미수출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미국 반도체 시장은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규모가
크다.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미국수요의 75%를 장악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기업들의 미국시장 쟁탈전이 치열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영토를 한국과 일본에게 전장으로 내준
꼴이다.

그래서 미국은 양국업계에 모두 반덤핑 굴레를 씌워놨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은 지난 91년에 맺은 미일반도체협정에 따라 아직도 규제를 받고
있다.

예컨대 각 업체들이 분기별로 총원가자료를 만들고 이를 미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14일 이내에 제출토록 돼 있다.

덤핑 혐의가 발견될 경우 각 업체는 즉시 조사를 받고 동시에 제재가
가해짐은 물론이다.

일본 업체로 보면 이만저만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덤핑굴레를 완전히 벗어나 조사를 받지 않게 됐다.

현대와 LG도 조사를 면제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미국이라는 전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싸움은 국내업체에 유리하게
됐다는 뜻이 된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통상팀 유제일부장은 "대만이 본격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참여할 오는 97년 이후에는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나 각국
업체간 가격경쟁이 예상된다"며 "한국업체들은 이번에 덤핑부담에서
벗어남에 따라 가격경쟁이 벌어지더라도 안정된 수출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