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국치일의 연속인것 같다.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을 모든 신문과 방송들이 온통 톱뉴스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이를 흥미진진하게 보도하며 무슨 재미있는 권투경기라도
보듯이 즐거워할것을 생각하면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꼴을 전세계에
광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된다.

국내에선 이 서슬에 애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거래에서 애를 먹고 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 비자금사건은 한점의 의혹도 없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조사되어
져야하고 벌받을 사람은 마땅히 의법처벌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이다.

제발 신문 방송에서 앞질러 가거나 추측기사를 남발하지 말았으면 한다.

국회 또한 검증되지 않은 한탕주의식 고발로 이 문제를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부정부패의 척결과 탐관오리의 발본색원은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통치의 최고위치에 있던 사람들의 비리수사는 나라의 체통과
무관하지 않다.

언론은 국익을 살펴가며 조용하고 의연한 보도자세를 견지해 주었으면
한다.

김구 <극동상공(주)대표>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