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경제 옹호론자들은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공평한 분배를 위해 공공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하며 따라서 정부의 개입없는 시장경제는 달성되기
어렵다고 역설해 왔다.

자유주의자들은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자칫 시장경제가 가지는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깨고 정부의 기득권만을 보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격한다.

과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내세운 정부의 시장개입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정부는 규제등으로 시장논리를 계속 제한할수 있을 것인가.

소비자 위주의 21세기시장에서 공공의 개념과 시장원리는 어떻게 조화될수
있을 것인가.

최근 일본출판계에서는 일본 경제발전의 저해요인이 정부의 규제때문이며
따라서 될 수 있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의 책 "규제파괴"
(동양경제신보사간, 원제=규제파괴)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책은 특히 미국이 일본에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본인 스스로 모든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자는 이책에서 일본정부가 유독 많은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은 공공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사회적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단지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규제완화의 대부분이 절차상내지 관리상 차원에서 이뤄질 뿐 시장경쟁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내용은 적다는 것.

제도상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 별 실익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 실례로 든 것이 국제선운임에 새로운 제도를 적용하는 사항.

일본에서는 국내선과 국제선의 운임을 항공법으로 함께 규제해 왔다.

그러나 국제선의 경우 오래전부터 시장원리에 의해 표면운임과 실제운임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왔다.

따라서 규제완화란 현상추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더욱이 공적인 규제가 공공성이라는 미명하에 기득권과 혼동되어
쓰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담합이나 시장진입규제등이 대표적인 예.

시장원리를 짓밟는 이같은 기득권 보호가 결국 일본사회의 폐쇄상황을
낳고 이것이 일본사회의 불황을 계속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정부는 이제 규제완화라는 소극적이고 실익이 별로 없는 차원을
넘어 "규제파괴"라는 리엔지니어링적 발상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모든 규제를 한꺼번에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먼저 경제분야에서 시장
경제논리에 배치되는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안전문제나 환경등 사회적규제부문중에서도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수정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결국 모든 공공성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논의돼야 하며 정부의 공공
정책 또한 시장경제논리에 상치되지 않는 선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