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느 대기업치고 업무의 "첨단화"에 투자하지 않는 회사는 없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항공화물업체 미페더럴 익스프레스의 첨단화전략은
좀 색다르다.

일명 "업무의 공개화"전략.

"고객의 편의증진을 위해서는 우선 업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페더럴의
지론이다.

페더럴은 지난 79년부터 일찌감치 차량및 운송경로관리, 화물추적등을
네트워크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끔 했다.

꾸준히 첨단화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이제 업무의 60%는 발생시점에서 즉시
디지털정보로 바뀌어 온라인 상에 존재하게 됐다.

페더럴의 다양한 첨단화 노력중에도 단연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대고객
공개"정책.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열어 "내 짐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고객이 직접
추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전략은 페더럴을 치열한 원가전쟁시대의 승자로 만들어 가고 있다.

94회계연도(94년 6월~95년 5월)동안 페더럴의 화물 1개당 수입은
14.62달러.

90회계연도에 비해 12.8% 감소했다.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임자체가 하락한 탓이다.

그러나 이기간동안 화물 1개당 원가는 27% 절감됐다.

단위당 수입 저하를 완전히 극복한 것이다.

덕분에 올 회계연도의 순이익은 2억9천7백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록히드와 마틴마리에타가 합쳐져 세계 최대의 방산업체로 재탄생한 미
록히드마틴은 인터넷을 통해 덩치 큰 기업의 고질병인 "대화단절"을 치료
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책상위에 놓인 PC를 켜고 인터넷의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에 들어가면 회사에 대한 최신 소식들을 그때 그때 놓치지 않고 볼수 있다.

의문이 있으면 언제라도 회사방침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경영층은 여기에
답해준다.

물론 하던 일을 제쳐두고 일시에 회의실에 모이는 번거러움이나 시간낭비는
없다.

E메일을 통해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간다.

관련 규정을 뒤지거나 담당 공무원과 어렵사리 연락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
을 통해 정부의 조달규정을 열람해 볼 수도 있다.

"연공서열"이 철칙처럼 지켜지는 대표적인 관료형 일본기업 NTT.

일본 최대 통신회사 NTT에는 지난해 7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본사6층 특별회의실에 약 30명의 사원이 모였다.

법인영업이사, 사업부장, 평사원, 연구원등 다양한 얼굴이었다.

의무적인 회의가 아니라 모두 "자유의사"로 참가했다.

더욱이 누구의 발언도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똑같은 무게를 가진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단지 "관심"있는 사람끼리 대등한 자격으로 모인
것이다.

바로 인터넷의 특징 "개방성"을 닮은 회의였다.

10여차례 회의끝에 NTT의 역사를 뒤바꾸는 새로운 네트워크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오픈컴퓨터 네트워크(OCN)".

각 지역마다 센터를 두고 교환기가 네트워크를 관리하던 기존 통신망과는
달리 단순한 구조의 네트워크에 접속장치를 붙여 이용자가 직접 접속하는
방식이다.

말하지만 이용자의 PC로 주도권이 옮겨진 셈이다.

"인터넷식" 회의를 통해 "인터넷류"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겨난 것이다.

인터넷은 대학의 연구자, 기업의 젊은 사원들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하의상달"식 미디어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직된 "상의하달"식 의사결정과 "대외비"에 젖어있는 대기업에게는
껄끄러운 매체일수도 있다.

모든것이 열려있는 평등한 매체 인터넷앞에서 당황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일본의 한 대형 컴퓨터업체에서는 얼마전까지도 회사바깥 사람과의 E메일
교환은 "금지"였다.

일부 직원들이 인터넷에 회사PR을 한 것을 두고 "회사기밀을 누설했다"고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회사 영업직원과 엔지니어였던 와타 히로, 미나가미요시히사 두사람은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에 질려 회사를 그만둬 버렸다.

이들은 현재 "이지네트"라는 인터넷 컨설팅업체의 사장이 됐다.

"기업비밀"을 앞세워 외부와 단절된 환경을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대기업의
굳어진 관행속에서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가 피어날 공간이 없다.

이제 인터넷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정도로 거세졌다.

구태의연한 "조직론"은 더이상 인터넷 세대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기업내부의 변혁이 조직을 끌어나가는 새로운
견인차로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의 "공개성" "대등성"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21세기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네트워크"는 값싼 비용으로 사내 대화를 활성화하고 대소비자관계를 개선
하는 효율성 제고의 핵심병기로 부상했다.

제아무리 덩치큰업체이라도 대기업의 구각을 벗지 못한다면 인터넷시대에는
결코 승자의 자리를 차지할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