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업인소환이 막바지국면에 이르고 있다.

대기업그룹총수들의 소환조사 4일째인 10일 극동그룹의 김용산회장이 오전
9시55분 검찰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10시를 전후해 태평양그룹 서성환
회장, 한진그룹 조중훈회장등이 5분간격으로 청사현관에 나타났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검찰의 소환키로했거나 조사를받은 대기업그룹총수
들은 해외체류중인 대우그룹 김우중회장과 롯데그룹 신격호회장, 이틀동안
조사를 받은 동방유량 신명수회장, 잠적한 한양그룹 배종렬회장등을 포함해
모두 24명에 이르고 있어 30대그룹총수들의 소한조사 늦어도 내주초까지
끝날 전망이다.

<>.이날 가장 먼저 출두한 대기업 총수는 극동그룹의 김용산 회장.

김회장은 오전 9시51분 극동그룹 법률고문인 김일두변호사와 수행비서
1명을 대동하고 검찰에 도착했다.

김회장은 쌀쌀한 날씨때문인지 약간 굳은 표정.

김회장에 이어 출두한 서성환 태평양그룹회장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5~6명
의 회사직원과 2명의 수행비서들에 둘러싸여 조사실로 직행.

약간 구부정한 모습의 서회장은 태평양증권을 선경에 매각한 이유등을 묻는
보도진들의 질문을 회피.

조중훈회장은 긴장된 표정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표정.

출두한 조회장은 거동이 불편한듯 나무지팡이에 의지한채 대검현관을
향했으며 현관 계단을 오를때는 약간 힘겨운 기색.

오전 10시29분 검찰에 도착한 김상하 삼양사회장은 옅은 청색 싱글정장
차림으로 사진기자들의 촬영 요청에 잠시 포즈를 취한후 "상의차원에서
비자금 조성에 어느 정도 기여했느냐"는 뼈있는 질문에도 아무런 반응없이
엘리베이터로 직행.

<>.그동안 여러차례 검찰의 출두 통보에 불응하다 출국금지조치라는 수모를
당했던 김준기동부그룹회장은 출두예장시간보다 12분 빠른 오후 1시 48분에
대검청사에 도착.

김회장은 "왜 이렇게 늦었느냐"는 보도진의 질문에 응답을 하지 않은채
떨떠름한 표정으로 11층 조사실로 직행.

이날 소환대상인사중 마지막으로 나타난 김승연한화그룹회장은 김회장보다
2분 늦은 오후 1시50분에 출두.

김회장은 현관주변에 서 있는 보도진들에게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인사할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

김회장은 "한화그룹 성금순위가 1백위라면서요"라는 질문에 "거기에도 못
낄 것 같은데요"라고 짧게 응답.

<>.이날 오후 4시45분께 극동그룹의 김회장이 검찰조사를 마친후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함구한채 가장 먼저 귀가.

이어 오후7시30분 조사를 끝낸 한진그룹의 조회장은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친듯 "기운이 없어" "다음에 하자"라는 말을 남긴채
귀가.

이날 밤 11시50분께 조사를 마친 한화그룹의 김회장은 "진실이 거짓말보다
더 힘들다"며 이번조사에 자신감을 피력한 후 귀가.

또 태평양그룹의 조회장도 11일 새벽 1시15분에 조사를 마친후 피곤한
모습으로 귀가.

<>.지난 8일 오전 9시에 검찰에 출두한 신명수동방유량회장은 50여시간만인
이날 오전 10시49분께 귀가.

장시간의 조사로 피곤한 표정의 신회장은 기자들의 무차별 질문공세에
몹시 짜증스러운듯 빠른 걸음으로 대기하던 승용차에 탑승, 서둘러 귀가.

검찰주변에서는 신회장이 노전대통령 부동산문제에 끝까지 함구로 일관,
귀가가 늦어졌다고 풀이하면서 신회장의 재소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안강민대검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노전대통령
비자금의 부동산유입의혹과 관련, "동방유량의 신명수회장은 오전에 귀가
조치했으나 자금추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해 묘한 뉘앙스.

안부장은 "동방유량 신회장으로부터 제대로 진술을 얻어내지 못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놀리는 것 아니냐"며 다소 불쾌한 표정.

안중수부장은 "휴일(12일)에도 근무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해 휴일에도
기업인 소환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

안부장은 특히 현재 외국에 체류중인 대우그룹 김우중회장, 롯데그룹
신격호회장이 12일이나 13일에 출두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소환일정을
공개.

<>.선경그룹 최종현회장이 11일 오전 소환될 것으로 알려지자 최회장에
대한 조사내용을 둘러싸고 검찰주변에 각종 추측이 난무.

이와관련 안중수부장은 "노씨에게 건네준 돈의 규모이외에 다른 부분도
조사가 이뤄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 못하겠다"고 응수, 다른
부분도 조사가 이뤄질 것임을 암시.

<윤성민.한은구.송진흡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