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주노동조합 총연맹(민노총)이 11일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지난 61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노총)창립이후 34년만에 실질적인
제2노총으로 실체를 드러낸 셈이다.

민노총은 현재 노총에 비해 조합원수에서 열세라고는 하지만 대규모
사업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강성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현대중공업의 가입이 확실하고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 노조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노동운동역량면에서는 오히려 노총을 밀어내고 실질적인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따라서 민노총을 바라보는 업계와 정부의 시각은 불안하기만 하다.

당장 경제5단체 부회장들이 지난 10일 모임을 갖고 모든 법외 노동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 것은 이같은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7일에는 진임 노동부장관이 "민노총을 합법단체로 인정할수
없다"며 설립신고조차 받아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민노총의 출범으로 국내 노동운동은 새로운 변화에 휩싸이게
됐으며 노총과의 노.노갈등은 물론 노사갈등도 그만큼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민노총이 밝힌 강성 투쟁방안중 특히 정치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해
내년 총선에 대비하는등 정치활동에 나서겠다는 대목과 사회적 합의에
따른 임금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언에 주목하고자
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노동조합법
12조는 노총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신청을 했으나 "합헌"결정이 내려진
조항이다.

그런데도 민노총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할
경우 이는 결코 묵과될수 없는 일이다.

또 임금 가이드라인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은 단위사업장 임금협상의
합리적 준거를 없앰으로써 협상타결을 오히려 방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상급 노동단체라면 단위노조에 터무니 없이 높은 임금인상을 관철토록
선동할 것이 아니라 임금협상의 결렬에 대한 책임도 질줄 알아야
한다.

무모한 싸움으로 단위사업장 노조가 괴멸되고 노조간부가 구속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해도 투쟁방법에 대한 반성은 커녕 정부와
사용자만 비난할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방식으로는 더이상
노동운동을 이끌 자격이 없다.

이젠 선동이 아니라 책임지는 노동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끝으로 우리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노조활동을
위해 노동단체의 통합이 긴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노조 조직률이 갈수록 떨어져 이젠 겨우 15%밖에 안되는 나라에서
노동조직이 하나로 뭉쳐도 될까말까 한데 조직싸움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은 근로자 자신들을 위해서도 엄청난 손해가 아닐수 없다.

기존 노동단체의 오랜 노하우와 합리적 정책에 재야 노동단체의
진취적 기질이 적절히 결합돼 조화를 이룰 때만 이 땅의 노동운동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