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중수부(안강민 검사장)는
11일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소환조사결과 이들중 일부가 노전대통령에게
뇌물성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중수부장은 "지난 4일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후 지금까지 26명의
대기업총수들을 소환조사한 결과 노전대통령에게 돈을 주고 특혜나 이권을
얻은 기업총수가 다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안부장은 그러나 "어떤 기업이 얼마의 뇌물을 줬으며 그들이 어떤 사법
처리를 받을 것인가는 최종 수사결과 발표때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2일에도 대우그룹 김우중회장, 롯데그룹 신격호회장, 미원그룹
임창욱회장등 대기업총수 3명을 소환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이현우전청와대경호실장을 4차 소환, 기업총수들이 노전대통령에게 자금을
전달한경위등에 대해 보강수사를 마친 후 귀가시켰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의 은닉 부동산과 관련해 노전대통령의 동생인 재우씨를
이날오후 8시께 소환, 재우씨와 아들 호준씨 명의로 돼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동호빌딩(시가 1백억원대)과 경기도 용인군 미락냉장의 매입
자금이 노전대통령으로부터 흘러 나왔는지에 대해 밤샘 조사했다.

검찰은 미락냉장의 경우, 재우씨와 호준씨가 주식의 4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관계자는 이와함께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해외 은닉 의혹과 관련,
"현재 외무부와 주한스위스 대사관이 스위스은행 계좌에 대한 자료인도를
위해 협의중"이라며 "검찰은 이미 외무를 통해 주한스위스대사관측에 21명에
달하는 노전대통령의 친인척명단, 비자금 사건개요, 소명자료등을 넘겨
줬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노전대통령의 사돈기업인 동방유량의 계열사 동방페레그린증권에
노전대통령의 아들 재헌씨 명의의 계좌가 존재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관련자료 확보를 위해 동방페레그린 증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할 것을
검토중이다.

검찰은 한편 이날 선경그룹 최종현회장, 기아그룹 김선홍회장, 대농그룹
박용학회장, 금호그룹 박성용회장, 삼부토건 조남욱회장등 대기업 총수
5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노전대통령에게 준 비자금의 정확한 액수, 제공시점
및 명목등에 대해 중점조사하는 한편 특히 선경그룹 최회장에게는 지난 92년
말 선경그룹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면서 노전대통령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와 인수자금 5백71억원의 출처등에 대해 집중추궁했다.

이날 소환된 기업총수들중 대농그룹 박회장은 오후 5시40분께 조사를 끝낸
뒤 귀가했으며 기아그룹의 김회장과 삼부토건 조회장도 각각 오후6시40분과
오후7시30분께 모두 조사를 마쳤다.

또 지난 10일 오후 출두한 동부그룹 김준기회장은 31시간의 마라톤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후 9시께 귀가했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