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화회사들은 전화회선 수요가 폭주함에 따라 전화번호가 고갈되는
기이한 현상을 빚고 있다.

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팩스 카폰 이동전화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그리고 컴퓨터에 연결되는 모뎀에 이르기까지 전화회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번호체계로는 번호를 부여할 수없는 상황이 닥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전화회선 수요증가는 대부분 산업분야가 아니라 가정용 수요
이다.

미국 동부지역에서 전화서비스사업을 하고 있는 벨 애틀랜틱사의 마이클
데일리대변인은 "이제 집집마다 전화이외에 팩스 이동전화 삐삐등을 보유
하고 있어 과거 1가구 1번호시대는 가고 1가구 다번화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전화번호 고갈사태에 직면한 전화회사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거리전화를
용이하게 하기위해 기존의 7자리 전화번호에 새로운 3자리의 지역번호를
부여하거나 상이한 지역에서 같은 번호를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 지난 62년과 81년사이에는 단지 2개의 지역번호가 증가했으나
다음 6년간간에는 4개의 지역번호가 추가로 할당됐다.

그이후 80년대 후반부터 전화수요가 폭증해 88~94년까지 18개의 지역번호가
새로 부여됐고 95~96년 사이에는 23개의 지역번호가 늘어날 것이라고
벨커뮤니케이션 리서치사가 밝혔다.

데일리 대변인은 "전화회사들은 새로운 지역번호를 부여할 때까지 10~1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 기간이 절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같은 전화부호 부족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벨 애틀랜틱은 워싱턴D.C 근교
의 매릴랜드 교외지역에 "덧씌우기"방법에 의한 전화번호 확충방안을 제시
하고 있다.

즉 과거의 번호는 그대로 두고 신규번호만 새로운 지역번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미 덧씌우기 방법은 92년에 뉴욕에서 시행됐으며 텍사스주의 휴스턴과
댈러스도 채용하고 있다.

덧씌우기 방법은 기업하는 사람들이 기존의 번호로 광고와 간판을 계속
유지할 수있도록 하는 편리함은 있지만 바로 옆집에 전화하면서 상이한
지역번호를 돌려야 하는 불편이 따르고 있다.

이같은 제도가 보편화되면 미국인들은 같은 지역내에서 통화하려해도
적어도 10자리의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