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R 맬서스는 18세기말에 내놓은 "인구론"이라는 저서에서 산술급수적
으로 증산되는 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따르지 못해
인류가 차츰 빈곤과 기아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맬서스 주의로 지칭되는 인구법칙이다.

그 뒤 그것은 불변의 법칙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그 법칙이 깨지는 추세를 보였다.

육지와 해양의 식량생산이 유례없는 팽창을 했던 것이다.

1950년과 84년 사이에 세계의 곡물생산량은 2.6배 늘어나 인구증가율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연평균 3%씩 증가하여 1인당 곡물이용 가능량을 40%가량 늘려 놓았던
것이다.

또 1950년과 90년 사이에 전 세계의 쇠고기와 양고기 생산량도 2.6배
늘어나 1인당 공급량을 26%나 끌어 올렸다.

전 세계 어획량의 증가는 더욱 두드러져 1950년과 89년 사이에 4.6배나
늘어나 1인당 어획량을 2배로 늘려 놓았다.

이와 같은 괄목할 식량증산은 지구상에서 빈곤과 기아를 조만간
추방할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와 이러한 상승추세가 갑자기 역전되기 시작했다.

1인당 어획량은 93년에 89년의 최고치에 비해 7%가량 줄어들었다.

곡물생산도 84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이 1% 이하로 떨어져 인구증가율을
밑돌았고 84년부터 93년까지의 1인당 곡물생산량은 11%나 감소했다.

식량증산의 둔화는 농경지 방목지 어장의 개발여지가 한계점에
다다른데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비료에 의한 곡물증산등 농업기술이 더 이상의 효과를 거둘수 없게
되었는 데다 지력저하 대기오염 대수층고갈 삼림황폐화등 환경적 요인이
악화된 것도 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인구가 연평균 9,000만명씩 늘어나 2030년에는 무려
89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획기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인류의 미래도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인 월드워치 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소장은
앞으로 곡물의 공급부족과 가격상승으로 식량안보가 군사적 안보보다
우위에 서게될 것이라고 경고해 식량전쟁시대를 예고했다.

유전공학적 식량증산 기술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각국의 효율적인 인구억제 정책추진에 기대하는 길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이에 대비하는 지혜를 가져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