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난방기기업계에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겨울날씨가 예년보다 추워질 것이란 예보로 이상난동을 전제로한 기존의
사업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도래한 때문이다.

관련기업들은 따라서 기상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원자재와 생산
라인의 추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벌써부터 원자재등을 둘러싼 업체들간 마찰음이 들릴 정도다.

빗나가기 일쑤인게 날씨예보이다보니 아직은 얼마나 추울지 장담할 수없다.

"추울 것"이란 기상예보 또한 미국 일본등 외국기상청에 나온 것들이어서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할 수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11월들어 예년보다 평균 2~3C 낮은 날씨가 계속이어지면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의류업체들은 이미 겨울의류 매출목표의 상향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실례로 삼성물산에스에스는 작년대비 10% 신장을 목표로 했던 겨울의류
판매계획을 최근 30% 확대로 수정했다.

LG패션 나산실업 신원 이랜드 제일모직 캠브리지멤버스 서광 대현등도
겨울의류 판매목표를 당초 계획대비 10% 이상 늘려잡았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떨이"작전을 구상하던 예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물량이다.

아무리 매출목표를 늘려잡아도 팔 물건이 없으면 "도로아미타불".

의류.난방기기업계는 최근 4~5년간 계속된 이상난동으로 겨울장사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여름이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에는 "혹서 다음에는 혹한"이라는 기대로
생산을 크게 늘렸다가 일년내내 물건을 떨이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그러다보니 올해엔 대부분 업체가 "따뜻한 겨울"을 전제로 최소화하는
보수적 사업계획을 짰다.

확보해 논 물건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의류업체들의 경우 다음 겨울제품을 통상 1년전부터 준비한다.

3월부터 원.부자재를 발주하고 생산에 들어간다.

8월쯤이며 생산의 80%가 완료된다.

따라서 이제와서 생산을 늘린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래도 자가공장을 갖고있는 업체들은 낮다. 디자인만하고 생산은 협력
업체에 맡겨온 메이커들은 중소업체의 쉬는 라인을 찾느라 혈안이 돼있다"
(신성통상 양무철이사)

의류업체들이 원단과 원단의 가공을 의뢰할 수있는 생산라인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그로인해 부분적인 마찰음까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업체에선 기존 라인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으나 그것도 여의치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의류 생산공장에서 코트등 중의류를 만들어내는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찬바람 불기전에 소비자들 앞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S사 A이사).

난방기기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름제품 생산의 지연으로 겨울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때문.

추운 겨울이 될 것이란 낭보로 매출목표를 늘리긴 했으나 여름제품 생산의
지연으로 겨울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때문.

"지난해 이상난동으로 재고가 늘어 여름제품 생산이 늦어지고 올겨울용
난방기기 생산에까지 그 여파가 미쳐 적어도 11월중순까지는 공급부족이
예상된다"(삼성전자 김진동상품기획팀장)

물론 모든 업체들이 "혹한"에 대비한 판매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같은 기상이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거나 아니면 잘못될 경우의
리스크를 감안해 재고최소화에 중점을 두는 방어적 사업전략을 수립한
업체들도 적지 않다.

난방기기업체들이 생산을 늘리되 따뜻한 날씨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기능 제품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말하자면 리스크분산 전략의 일환
이다.

보수적인 업체들은 일기상청이 추운 겨울을 예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기상협회는 올겨울도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기상청의 예보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한다.

결과는 겨울이 돼봐야 알 수 있겠지만 어쨋튼 어느쪽을 믿느냐에 따라
의류.난방기기업계 내부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겨울이 될 것같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3일자).